2025년 독일 쾰른 고등법원 메타(Meta) 판결의 비판적 분석
인공지능(AI) 기술의 폭발적 성장이 가져온 법적 도전 중 가장 첨예한 지점은 거대 플랫폼이 이미 점유하고 있는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를 ‘학습’이라는 새로운 명목으로 재가공할 때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와 경쟁 제한의 문제이다. 2025년 5월 23일 독일 쾰른 고등법원(Oberlandesgericht Köln)이 선고한 판결(Az. 15 UKl 2/25)은 메타(Meta Platforms)가 자사 플랫폼의 공개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제기된 금지 청구 소송에 대한 최신 판단이다. 이 사건은 헌법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언론법상의 정보 주권, 그리고 경쟁법상의 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가 복잡하게 얽힌 현대 법학의 난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소비자 단체가 제기한 이 소송에서 독일 법원이 메타의 행위를 정당한 이익(legitimate interests)의 범위 내로 포섭한 논리는, 디지털 시장법(DMA)과 데이터 보호법(GDPR)의 엄격한 규제 체계 속에서도 플랫폼 기업의 기술적 확장성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법적 한계를 제시한다. 이 판결은 데이터 점유가 어떻게 사법적으로 정당화되는지를 보여준다.
사건의 발단은 메타가 이용자들의 공개 프로필과 게시물을 AI 학습용 데이터 세트로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하면서 시작되었으며, 법원은 이것이 GDPR 제6조 제1항 (f)호에 따른 ‘정당한 이익’의 형량 기준을 충족하는지에 집중하였다. 쾰른 고등법원은 메타가 추구하는 인공지능 모델의 개선과 고도화가 기업의 경제적 활동 자유라는 측면에서 보호받아야 할 정당한 이익임을 명확히 인정하였다(paras. 31-38). 법원은 특히 이용자들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며 ‘공개’로 설정한 데이터는 그 성격상 광범위한 배포와 노출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이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공개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사생활 보호에 대한 객관적 기대치가 낮다는 논리로 이어지며,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행위가 이용자의 기본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기업의 기술적 혁신 이익을 압도하지 않는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었다.
이 지점에서 헌법적 관점의 비판적 고찰이 필요하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본질은 정보의 공개 여부뿐만 아니라 정보가 ‘어떠한 목적으로 활용되는지’에 대한 통제권에 있다. 쾰른 고등법원은 이용자가 과거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이용을 위해 공개한 정보가 전혀 다른 차원의 인격체인 생성형 AI의 지능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의 ‘목적 이탈’ 가능성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paras. 52-59). 법원은 이용자가 설정을 통해 학습을 거부할 수 있는 ‘옵트아웃'(opt-out) 수단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고려하였으나, 이는 실질적인 선택권보다는 형식적 절차에 가깝다. 플랫폼 지배력이 공고한 시장에서 이용자가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강제되는 수용은 헌법상 자유로운 동의의 원칙을 잠식하며, 이는 데이터 독점이 인권의 훼손을 담보로 달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언론법적 시각에서도 본 판결은 다소 우려스러운 시사점을 던진다. 소셜 미디어 내의 공개 데이터에는 공적 인물의 발언과 여론 형성 과정의 파편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AI가 무차별적으로 학습하여 재구성할 경우 원문의 맥락(context)이 거세된 새로운 형태의 정보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쾰른 고등법원은 메타의 학습 행위가 정보의 단순한 ‘기술적 처리’에 불과하다고 보았으나, 이는 정보의 ‘편집적 가치’와 ‘인격권적 보호’를 간과한 결과이다(paras. 74-81). 언론의 자유와 다양성을 보장해야 할 사법적 가이드라인이 거대 플랫폼의 알고리즘 강화라는 경제적 논리에 밀려남으로써, 향후 AI가 생성하는 담론이 기존 언론 생태계를 포식하는 과정에서의 법적 제동 장치가 약화된 셈이다.
경쟁법적 담론으로 논의를 확장하면, 쾰른 고등법원의 이번 판단은 데이터 보유량이 곧 경쟁 우위로 직결되는 ‘데이터 경제의 승자독식’ 구조를 사법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법원은 메타의 데이터 학습이 디지털 시장법(DMA) 제5조 제2항이 금지하는 ‘데이터의 결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매우 좁은 해석을 내놓았다(paras. 88-95). 법원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데이터를 AI 모델 구축이라는 동일한 목적 하에 처리하는 것을 개별 서비스 간의 부당한 데이터 혼합으로 보지 않았다. 이는 게이트키퍼가 점유한 방대한 데이터가 AI 시장이라는 인접 시장으로의 지배력 전이(leveraging)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데이터가 없는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법원이 메타의 학습 행위를 ‘서비스의 고도화’라는 부수적 목적으로 정의한 점은 경쟁 당국의 시장 지배력 남용 심사에 중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paras. 101-107). 만약 사법부가 플랫폼 내부의 데이터 순환을 기업의 정당한 경영 판단으로 폭넓게 수용한다면, 경쟁법상 필수설비 원칙이나 데이터 접근권 보장 논의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쾰른 고등법원은 데이터 수집의 규모가 주는 위협보다는 그 수집이 ‘기술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으며, 이는 거대 테크 기업이 기존의 데이터 점유권을 활용해 AI 기술 패권을 장악하는 경로에 합법적 통행증을 발급해 준 것과 다름없다.
나아가 본 판결은 ‘잊힐 권리’와 ‘학습된 데이터’ 사이의 기술적 비가역성을 다루는 데 있어 사법적 한계를 드러낸다. 법원은 이용자가 사후에 동의를 철회할 경우 메타가 해당 데이터를 미래의 학습에서 제외할 것을 약속한 점을 긍정적으로 보았다(paras. 112-117). 그러나 이미 가중치(weights)의 형태로 모델 내부에 녹아든 개인정보를 기술적으로 분리해 내어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이는 경쟁법적으로 보았을 때, 한 번 구축된 데이터 우위가 시계열적으로 영구히 지속되는 ‘비가역적 독점’을 야기하며, 이는 헌법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회복 불가능한 침해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2025년 쾰른 고등법원의 메타 AI 판결은 기술 혁신을 명분으로 데이터 주권과 공정 경쟁의 가치를 유예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법원은 GDPR과 DMA라는 최첨단의 규제 법률을 운용하면서도, 그 해석에 있어서는 거대 플랫폼의 기술적 필요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보수적 태도를 보였다. 데이터가 곧 지능이 되고 권력이 되는 시대에, 법치는 단순한 권리 형량이 아니라 권력의 균형을 맞추는 저울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