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플루언서의 진화된 선행매매와 사기적 부정거래

악한 ‘영향력’의 법적 책임에 관하여

by 날개

2026년 코스피 5000 시대, 자본시장의 정보 전파 경로가 기성 언론에서 소셜 미디어로 완전히 이동하면서 ‘핀플루언서(Finfluencer)’의 영향력은 유례없이 커졌다. 금융(Finance)과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합성어인 이들은 유튜브, 텔레그램 등을 통해 수십만 구독자에게 실시간 투자 정보를 제공하며 시장의 물길을 바꾸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막강한 신뢰를 담보로 뒤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진화된 선행매매’가 성행하면서, 대법원은 이들의 행위를 단순한 도덕적 해이가 아닌 엄중한 사기적 부정거래로 단죄하기 시작했다.


핀플루언서의 위법 행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선행매매(Front-Running)이다. 이는 특정 종목을 미리 매수해 둔 뒤, 방송이나 SNS를 통해 대중에게 해당 종목을 추천하여 주가를 띄우고, 정작 본인은 고점에서 물량을 처분해 차익을 거두는 행위다. 최근에는 그 수법이 더욱 교묘해져, 주주명부에 이름이 남지 않는 CFD(차액결제거래)를 활용하거나, 직접적인 매수 추천 대신 "지금은 매도할 때가 아니다"라며 매도세를 저지해 주가를 방어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최종 판단은 본인의 몫"이라는 면책 문구를 내걸지만, 실질적으로는 전문가로서의 권위를 이용해 투자자의 판단을 왜곡하는 기망 행위를 일삼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대한민국 사법부는 자본시장법 제178조가 금지하는 ‘부정한 기교’와 ‘위계’의 잣대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2025년 12월 11일 선고된 대법원 판례(2025도4748)는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던 유명 주식 유튜버의 행위를 유죄로 확정하며 중요한 법적 이정표를 세웠다. 피고인은 방송에서 특정 종목의 목표가를 제시하며 매도 보류를 권유했으나, 뒤로는 CFD를 통해 대량 매도하여 이득을 취했다. 대법원은 단순히 과거에 주식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알린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추천 시점에 '방송 직후 매도할 계획이 있다'는 구체적 이해관계를 투자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고지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처벌 수위 또한 파괴적이다.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이익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만약 부당이득액이 5억 원을 넘을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징역형의 무게가 급격히 늘어난다. 특히 2026년 현재 대법원은 다른 호재성 뉴스와 섞여 순수한 부당이득액 산출이 어려운 경우에도,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이익액 산정 곤란 시 벌금형'을 적극 부과함으로써 처벌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핀플루언서가 누리던 '영향력'이 곧 '형사책임의 근거'가 된 셈이다.


실무적 대응 측면에서 기업과 개인 투자자 모두에게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상장사들은 자사 종목이 특정 핀플루언서에 의해 언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상 거래와 미공개 정보 유출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전문가의 명성이 오히려 자신의 판단을 흐리는 ‘위계’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정보 제공자가 자신의 매매 계획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핀플루언서 역시 정식 계약서가 없더라도 실질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주는 조력자로 판단될 경우 '내부자(대리인)'로 간주되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최근 대법원의 해석 기조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2026년의 자본시장은 ‘형식적 면책’이 통하지 않는 시대로 진입했다. 대법원은 핀플루언서의 추천 행위를 실질적인 매수 권유로 해석하며, 이해관계를 은폐한 채 거둔 모든 수익을 범죄수익으로 정의하고 있다. 영향력에 따르는 법적 책임의 무게가 확립된 만큼, 핀플루언서 생태계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도덕적 자정 없이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 이제 자본시장의 공정성은 알고리즘과 제도가 아닌, 정보를 전파하는 주체들의 법적 책임감 위에서 재건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온라인 플랫폼 산업의 담합 리스크와 거버넌스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