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의 저작권 면책

DMCA 제512조(c)항의 법리와 현대적 변용

by 날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Online Service Provider, 이하 OSP)의 저작권 침해 책임에 관한 법적 쟁점은 1998년 제정된 미국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 이하 DMCA) 제512조의 면책 규정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그중 제512조(c)항은 사용자의 요청에 의해 OSP의 시스템 또는 네트워크에 저장된 정보와 관련하여,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OSP의 간접 책임을 제한한다. 이하에서는 제512조(c)항의 주요 면책 요건을 연방법원의 판례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한국 저작권법과의 비교 및 인공지능 기술 환경에서의 시사점을 검토한다.


제512조(c)항의 첫 번째 실질적 면책 요건은 침해 행위에 대한 인식의 부존재이다. 해당 조항은 OSP가 침해 행위에 대한 ‘실제적 인지(Actual Knowledge)’를 하지 않았거나, 침해 사실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상태인 ‘레드 플래그(Red Flag)’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였을 것을 규정한다. Viacom Int'l, Inc. v. YouTube, Inc. (676 F.3d 19, 2d Cir. 2012)에서 제2연방항소법원은 면책권 박탈의 근거가 되는 인지는 서비스 내의 일반적인 침해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아닌, 특정 저작물의 특정 침해 행위에 대한 구체적 인지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OSP에 대하여 서비스 전반에 대한 능동적 감시 의무가 부과되지 않음을 법리적으로 확립하였다.


두 번째 요건은 경제적 이익 수취 금지와 통제 권한의 부존재이다. DMCA 제512조(c)(1)(B)항은 OSP가 침해 행위를 통제할 권한과 능력이 있는 경우, 해당 침해 행위로부터 직접 기인하는 경제적 편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UMG Recordings, Inc. v. Shelter Capital Partners LLC (718 F.3d 1006, 9th Cir. 2013)에서 제9연방항소법원은 ‘통제 권한’의 범위를 단순히 이용자의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일반적인 권한을 넘어, OSP가 침해 행위 자체를 실질적으로 조작하거나 조장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고 해석하였다. 또한 ‘직접적 경제적 이익’ 역시 OSP가 취득한 일반적인 광고 수익이 아닌 침해 콘텐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증명된 수익으로 한정된다.


세 번째 요건은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지정 대리인(Designated Agent)의 등록이다. OSP는 저작권자의 침해 신고를 수령할 대리인의 신원 정보를 미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에 등록하고 이를 자사 서비스에 공시해야 한다. BWP Media USA, Inc. v. Hollywood Fan Sites, LLC (115 F.Supp.3d 397, S.D.N.Y. 2015)에서 법원은 지정 대리인 등록 절차의 불이행이 실질적 면책 요건 충족 여부와 무관하게 제512조상 면책 적용을 배제하는 독립적 사유임을 확인하였다. 이는 해당 면책 제도가 권리자와 OSP 간의 기술적·행정적 협력을 전제로 설계되었음을 시사한다.


미국 DMCA의 이러한 구조는 한국 저작권법 제102조의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책임 제한 규정과 제도적 유사성을 공유한다. 양국 법제 모두 OSP의 유형별 면책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나, 한국 저작권법은 제102조 제1항에서 OSP가 침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기술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를 면책의 주요 변수로 고려한다. 이는 사후적 통지 및 삭제(Notice and Takedown) 절차에 주력하는 미국법에 비해, OSP의 기술적 관리 및 방지 노력을 면책 요건의 판단 기준으로 보다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확산은 DMCA 제512조(c)항의 수동적 매개자 논리에 새로운 법적 해석을 요구한다. AI 모델의 학습 및 콘텐츠 생성 과정은 단순한 ‘사용자 저장 정보의 호스팅’ 범주를 초과할 가능성이 크며, AI 알고리즘의 고도화된 콘텐츠 처리 능력은 OSP의 ‘객관적 인지(Red Flag)’와 ‘통제 권한’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을 강화하는 요인이 된다. 기술적 식별 및 필터링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OSP에 요구되는 주의 의무의 수준은 과거의 정적인 호스팅 환경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결론적으로 DMCA 제512조(c)항은 기술 발전과 저작권 보호 사이의 절충안으로서 기능해 왔으나, 플랫폼의 역할 변화와 AI 기술의 도입에 따라 각 면책 요건의 해석 범위는 지속적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OSP의 면책권은 기술 혁신의 유인을 보호하되 책임 있는 플랫폼 운영을 담보하는 기제로 작동해야 하며, 향후의 법리는 OSP의 기술적 역량과 권리 보호의 효율성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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