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이기려던 정치적 오만이 걷어찬 주거 사다리
시장 경제에서 가격과 공급은 자율적 계약의 산물이다. 그러나 2020년 도입된 이른바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은 국가가 사적 계약의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여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를 제약한 결정적 실책이었다.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은 화려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임대인에게 '4년간 가격 동결'이라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다. 이는 임대인들로 하여금 전세 공급을 유지할 경제적 유인을 박탈했으며,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와 세금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세를 내놓아야 할 이유를 없애버렸다. 결국 공급자가 사라진 시장에서 전세 물건이 실종되는 것은 경제학적 필연이다.
임차인에 대한 과도한 보호는 역설적으로 '신규 진입자'에 대한 가혹한 장벽이 되었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해 기존 세입자는 4년간 안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새로 전세를 구해야 하는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은 실종된 물물과 폭등한 가격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임대인들은 4년 치 인상분을 미리 가격에 반영(Price-in)하거나, 아예 전세를 거둬들이고 월세로 전환하여 규제를 회피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계약갱신 요구 등)이 보장하는 권리가 시장에서는 오히려 전세 매물의 씨를 말리는 독소 조항으로 작용하며, 임차인들 사이의 '세대 간 갈등'과 '주거 양극화'를 부추긴 셈이다.
또한, 임대인에 대한 징벌적 과세와 대출 규제는 임대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파괴했다. 다주택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취득세·보유세·양도세의 파상공세는 임대인들로 하여금 '전세 보증금'이라는 부채를 들고 있을 이유를 없게 만들었다. 전세는 임대인에게 무이자 대출이었으나, 세금과 금리 부담이 이를 상회하자 임대인들은 보증금을 돌려주고 월세로 전환하여 세금을 충당하는 '수익형 부동산' 모델로 급격히 선회했다. 국가가 임대인을 시장에서 몰아내면서, 그들이 제공하던 '민간 사금융' 시스템인 전세의 유동성도 함께 증발해버린 것이다.
결국 '임차인 보호'라는 프레임은 시장의 작동 원리를 무시한 채 결과의 평등만을 추구하다가, 공급자(임대인)와 수요자(임차인)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었다. 임대인은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임차인은 전세라는 저렴한 사다리를 잃고 고가의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는 '하향 평준화'의 늪에 빠졌다.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임대료 규제의 역설'이 한국판 전세 시장에서 가장 잔인하게 구현된 사례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주거의 질은 떨어지고 공급은 줄어든다는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 정책의 대가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