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제의 '만화경'

'오스틴'의 단순한 법이론으로 비춰본 플랫폼법

by 날개

'존 오스틴'(John Austin, 1790-1859)은 법을 아주 간결하고 명료하게 정리한 법실증주의자인데, 공리주의자(utilitarian)로 잘 알려진 '제러미 벤담'(1748-1832, Jeremy Bentham)의 제자로 알려져 있다. 오스틴의 법에 대한 정의는 특정 행동의 통제에 중점을 둔 형법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벤담보다 더 협소한 법과학을 추구한다. 그의 핵심적 주장은 '법'은 '주권자'(sovereign)의 '명령'(command)이라는 것인데, 오직 주권자로부터 비롯된 명령만이 '실정법'이라고 본다. 또한, 그의 '명령' 개념에는 명령 불복종 시 '제재'(sanction)가 뒤따를 가능성이 포함되어 있는데, '제재'는 주권자의 의지에 따르지 않는 자에게는 해악과 고통이 가해질 현실적 가능성을 말한다. 제재가 따르지 않는 단순한 의지 표명은 명령이 아니므로, 결국 '명령'과 '제재'가 결합된 것이 법의 실체라고 그는 말한다.


이러한 정의는 군더더기가 없어 여태까지 살펴본 법의 정의 중에서 가장 심플하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성은 오히려 오늘날의 진화된 사회의 법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오스틴의 생각은 법을 단지 순수한 법 그 자체로 보고, 사회적, 정치적 가치판단을 극도로 배제하는 한스 켈젠과 많이 닳아 있지만, 켈젠은 오스틴을 오히려 비판한다. 켈젠은 오스틴처럼 법을 단지 명령과 제재의 결합으로서 단순한 강제에 의존하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고, '기본규범'(Grundnorm)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는 위계적인 체계로 봐야 된다고 하였다.


오스틴의 단순한 이론을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에 대입시켜 보자. 예컨대, 거대 플랫폼을 규율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가 제정된 경우, 그 법은 주권자의 새로운 명령이 된다. 우리는 그 법이 왜 필요한지 어떠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내는지 등과는 관계없이 단지 규정을 위반하면 처벌받는다는 법의 강제성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분야의 형법이라고도 불리는 경쟁법이 지향하는 바는 단순한 복종과 위반에 대한 처벌이 아니다. 시장의 권력관계 속에서 소비자의 자율성과 공정한 경쟁 질서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므로, 플랫폼법은 단순한 명령으로서가 아니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정당화되는 권위인지 여부와 그 이유를 규명해 내는 시각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법은 명령을 넘어 '정당성'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결국, 오스틴의 단촐한 법개념은 현재 우리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진정한 법은 단순한 '권력자'의 명령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공적 토대 위에 새겨진 약속이다. 디지털 시대의 경쟁법은 바로 이 약속을 지키게 하는 중요한 시스템이 될 것이므로, 법의 협소한 정의를 넘어 풍부한 함의를 요구한다. 즉, 시장참여자들의 권리와 의무를 조정하고, 사회적 신뢰와 혁신을 지탱하는 동시에, 경제질서의 균형과 산업정책과의 조화 등을 고려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현상을 포섭할 수 있는 입체적인 장치로 설계되어야 한다.

kaleidoscope
작가의 이전글'권리'의 개념을 대해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