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왜 잔인한 달인가

by 날개

시인 T.S. 엘리엇은 그의 시에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 불렀다. 겨울엔 차라리 모든 것이 얼어붙어 아무런 고통이 없는데, 4월이 되면 죽은 땅에서 억지로 생명을 밀어 올리기 때문이다. 잠들어 있던 뿌리를 깨우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는 그 생명력의 태동이 안온한 죽음의 상태에 있던 대지에게는 차라리 비명 지를 만큼 잔인한 고통으로 다가온다는 뜻이다.


이것은 우리 삶에도 적용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을 때는 아픔이 없다. 하지만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려 하고, 변화를 꾀하며, 굳은살 박인 일상을 깨뜨리고 새로운 싹을 틔우려 할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성장통'을 겪는다. 4월의 잔인함은 파괴의 잔인함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위해 치러야 하는 치열한 산고(産苦)의 다른 이름이다.


결국 4월이 잔인하다고 느끼는 자는 역설적으로 가장 뜨겁게 살아 숨 쉬고 있는 자다. 얼어붙은 땅속에 머물길 거부하고, 기어이 흙을 뚫고 나와 햇볕을 마주하려는 그 야성이 잔인함을 자초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의 일상이 유독 고단하고 잔인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당신이 죽은 땅에 머물지 않고 기어이 꽃을 피우려 꿈틀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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