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쯔'(櫃)와 '마부시'(まぶし)

지속가능한 상생의 맛있는 생태계를 꿈꾸다

by 날개

긴 연휴 초반의 한복판에 있는 일요일은 모든 것을 체념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평시의 일요일과는 다르다.


이런 날 저녁은 배달계의 플렉스(Flex)를 해봄직하다.


일요일 밤의 짧고 강렬한 축제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의 배달앱을 켜고 머뭇거리는 것도 잠시, 히쯔마부시를 질렀다.


히쯔마부시는 일본 나고에서 유래한 장어덮밥을 부르는 말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장어덮밥에 장어를 뜻하는 일본어 우나기(うなぎ)가 왜 빠져있는 것일까? 그래서 찾아봤다.


'히쯔'(櫃)는 나무 궤짝이라는 뜻이고, '마부시'(まぶし)는 '섞다', '묻히다', '덮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 마부스(まぶす)에서 유래한 단어로, 고로 '히쯔마부시'는 나무 밥통에 섞거나 묻혀서 먹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음식 명칭에 사용된 재료는 쏙 빠지고, 어디에 어떻게 담아 제공하는지로 이름이 지어진 것이다.


그런데 왜 나무통에 그것도 작게 잘라 섞어서 먹는 것일까? 일본 메이지 시대(1868-1912) 후반, 식당들은 여러 사람의 장어덮밥을 한꺼번에 담아 장어덮밥을 배달하는 것이 흔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도자기 그릇 담아 배달하면 그릇을 회수해 오는 과정에서 그릇이 깨지는 것과, 장어가 비싸고 귀한 재료이다 보니 손님들이 자기 몫을 덜어갈 때 장어만 많이 가져가고 밥을 남기거나, 나중에 덜어가는 사람은 장어가 부족하게 되는, 그야말로 짜증나고 허탈한 상황이다.


그래서 식당 주인들은 나름 아이디어를 내어 '혁신'을 하게 되는데, 손님들이 밥과 장어를 함께 즐기게 하기 위해 장어를 잘게 썰어 밥과 미리 섞어 큰 나무통에 담아 제공하게 되었다. 이것이 큰 인기를 끌게 된 결과, 지금의 히쯔마부시(櫃まぶし)로 자리 잡아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옛날 나고야의 장어덮밥 식당 주인은 단순히 장어를 구워 파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릇 깨짐의 문제(효율성 저하)를 '히쯔'로 혁신하고, 배분의 불공정 문제를 '마부시'로 바로잡았다. '히쯔마부시 시스템'을 통해 시장참여자인 배달원,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상생 규칙을 펼쳐나갔다.


아무튼, 오늘의 히쯔마부시는 음식, 배달 모두 별점 5개이다.

작가의 이전글플랫폼법 망치는 8가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