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규제 담론(2)

기술 혁신과 사회적 책임의 경계를 찾아서

by 날개

숏폼 컨텐츠 형식 자체를 겨냥한 규제는 현재로서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제한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규제는 형식 자체보다는 '내용'(content)'과 이로 인한 '영향(impact)'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은 청소년 보호와 사회 통제라는 목적 아래, 특정 시간대에만 숏폼 플랫폼 이용을 허용하고, 컨텐츠 필터링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는 형식적 규제이기보다는 행동 규제와 컨텐츠 '통제'의 성격이 강하며, 사회적 통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의 '시청각미디어 서비스지침'(Audio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 AVMSD)과 아일랜드의 '자율규제 체계'도 마찬가지로, 형식 자체가 아닌 청소년 보호, 유해 컨텐츠 제한, 알고리즘 투명성, 그리고 광고 규제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즉, 명시적으로 숏폼이라는 형식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은 사례는 거의 없으며, 숏폼의 실질적 해악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적·정책적 근거를 마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몇 가지 입법 시도는 현재의 숏폼 규제 논의가 단순한 컨텐츠 내용 규제를 넘어 플랫폼의 기술적 설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양상을 보여준다. 특히 숏폼의 알고리즘적 중독 설계에 대한 직접적인 제동 장치 마련이 논의의 핵심이다. 이는 자동 재생(autoplay) 기능의 기본 설정 변경, 개인 맞춤형 추천 시스템의 투명성 및 제한, 그리고 '무한 스크롤'(infinite scroll)과 같은 중독 유발 디자인에 대한 감사 의무 부과 등을 포함한다. 유럽연합은 '디지털 공정성법'(Digital Fairness Act) 등의 입법추진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 보호 프레임워크를 통해 알고리즘 설계를 윤리적으로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에 최고 수준의 프라이버시 기본 설정과 알고리즘 위험 감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도입되기도 하였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는 '24년 9월에 제정되어 2025년 1월부터 핵심 조항이 시행되고 있는 '미성년자 소셜 미디어 중독 방지법'(Protecting Our Kids from Social Media Addiction Act, SB 976)에 따라 중독성 알고리즘 피드 제공이 제한되고 있으나, '22년 9월 제정 후 '24년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연령 적합 디자인법'{California Age-Appropriate Design Code Act(CAADCA), 아동 프라이버시 최고 수준 기본 설정 및 위험 감사 의무화하는 내용}은 빅테크들의 이익단체인 '넷초이스'(NetChoice)가 CAADCA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기한 가처분(injunction)을 연방항소법원이 인용하여 전면적으로 그 시행이 중단된 상태이다. 이러한 입법 시도는 규제가 더 이상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플랫폼의 근본적인 설계 방식에 개입하기 시작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아무튼, 이러한 규제 담론은 언제나 그 시대의 젊은 세대를 향한 사회적 우려와 연결된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철학자로 알려진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가 말했듯, 숏폼과 같은 새로운 미디어 형식은 기존 사회적 구조와 가치관을 시험대에 올리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숏폼의 중독성과 주의력 잠식 우려는 시민적 숙고와 공적 영역의 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는데, 이러한 규제가 오히려 긍정적인 방식으로 혁신을 촉진할 수도 있다. 즉, 청소년 보호와 컨텐츠 규제라는 틀 안에서, 플랫폼과 창작자들은 창작과 소비 방식을 새로운 형태로 적응하며 진화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AI 기반 개인화 추천과 생성형 컨텐츠 기술이 접목될 경우, 숏폼 컨텐츠는 기존 규제 틀을 넘어 새로운 환경에서 생산되고 소비될지도 모른다. 기술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의 주창자로 알려진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1948-)이 강조했듯, 기술 진화는 항상 예측의 경계를 넘어서는 변화를 만들어내므로, 규제가 정해진 틀 안에만 갇혀 있으면 새로운 변화를 따라잡기 어렵다. 따라서, 규제는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원칙 기반의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숏폼 규제 담론은 단순한 '억제'나 '보호'라는 이분법을 넘어선다. 이는 새로운 세대를 향한 깊은 염려와, 동시에 그들이 펼쳐 보일 창작과 혁신의 가능성을 주시하는 복합적인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다. 현재의 규제 시도는 알고리즘 투명성과 플랫폼 책임이라는 새로운 윤리적 기준을 탐색하는 첫걸음이며, 특히 자동 재생 제한이나 맞춤형 추천 시스템 통제와 같은 구체적인 입법 논의는 규제가 플랫폼의 근본적인 설계 방식에 개입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숏폼이라는 형식이 사회적 우려의 시선을 끊임없이 받고 있지만, 그 긴장 속에서 오히려 기술적 진화와 규제가 역설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의외의 혁신적 결과를 낳을 여지를 남긴다. 미래에 이 논의가 단순한 기우로 끝날지, 아니면 더 책임감 있는 기술 진화를 이끄는 마중물이 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짧은 형식 안에도 젊은 세대의 보호와 미래 미디어의 잠재성을 동시에 담아내야 할 중대한 사회적 함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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