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규제 담론(1)

니체가 숏폼에 던지는 경고

by 날개

바야흐로 '숏폼'(short form)의 시대다. 남녀노소 그것에 빠져 있다. 온라인 플랫폼도 서로 앞다퉈 숏폼을 보게 만들려고 안간힘들을 쓰는 것 같다. 최근 들어 자주 이용하는 앱이나 사이트에서의 '강제노출'로 인해 원하지 않아도 보게 되는 경우가 더욱 많이 생겼다. 어쨌든, 이것은 최근 확실한 미디어의 트랜드로 자리 잡아 나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숏폼' 컨텐츠는 '틱톡'(TikTok), 유튜브 '숏츠'(Shorts), 인스타그램 릴스(Reels) 등과 같이 주로 15초에서 60초 사이의 짧은 길이로 제작되는 영상이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되어 손가락 터치만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영상이 재생되는 특징을 갖는다. 숏폼은 컨텐츠의 '형태'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수 없다. 숏폼은 정보를 짧게 압축하여 빠르게 소비하고 쉽게 공유할 수 있게 하여 효율적인 정보 습득과 재미를 동시에 제공하며, 즉각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등의 순기능을 가지지만, 그것이 누구에게,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따라, 얘기는 좀 달라질 수 있다.


부분별한 숏폼의 시청은 특히 아동과 청소년에게는 유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의 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아직 발달 중이기에 주의 집중과 감정 조절 능력이 미숙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숏폼은 짧은 시간마다 강렬한 도파민 보상을 터뜨리며 뇌를 자극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뇌는 장기적인 노력이나 복잡한 과제가 필요한 활동에서 도파민 지연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결국, 독서나 깊은 학습에 필요한 주의 집중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한, 극단적으로 편집되거나 과장된 행복, 외모 기준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왜곡된 정체성을 형성하기 쉬워진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성인이라고 해서 숏폼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성인은 비교적 발달된 자기 통제력을 가지고 있지만, 숏폼의 알고리즘적 중독성은 성인의 인지적 지구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숏폼은 모든 지식이나 정보를 소비하기 쉬운 엔터테인먼트 형태로 제공하므로, 숏폼에 중독된 성인들을 깊은 사고를 회피하는 습관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사유를 하며 지식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데에 필요한 정신적 근육을 약화시키고, 피상적인 지식과 즉각적인 자극에 중독된 채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는 숏폼에 '과하게' 빠져있는 자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그는 안락함과 안전만을 추구하며 위대한 창조와 고통을 회피하는 현대인을 '마지막 인간'(Der letzte Mensch)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위대한 자기 극복을 향한 초인(超人)의 대서사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의 서론(Prolog) 부분에서 짜라투스트라의 입을 통해 군중에게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지구는 작아졌다. 그리고 그 위를 모든 것을 작게 만드는 마지막 인간이 깡총거린다. 사랑은 무엇이고, 창조는 무엇이며, 동경은 무엇이고, 별은 무엇인가? — 이렇게 마지막 인간은 묻고는, 눈을 깜박거린다.
Die Erde ist dann klein geworden, und auf ihr hüpft der letzte Mensch, der alles klein macht. Was ist Liebe? Was ist Schöpfung? Was ist Sehnsucht? Was ist Stern? — so fragt der letzte Mensch und blinzelt.


숏폼이 제공하는 피상적인 만족은 '마지막 인간'이 추구하는 쉽고 안락한 행복과도 같다. 니체는 위대한 창조를 포기하고 깊은 사고 없이 쉬운 자극에만 눈을 깜박거리는 정신적으로 왜소화 된 인간을 가장 경계한다. 모든 가치를 작고 사소한 소비재로 만들어버리는 숏폼이 주는 편안하고 가공된 행복에 안주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초월하려는 인간다운 의지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니체는 말하고 있다. 성인이라면 숏폼을 잠깐의 '유흥'이나 효율적인 정보 습득의 창구로 적절하게 쓸지, 아니면 창조의 고통을 거부하고 정신적 퇴보를 불러오는 '마지막 인간'의 안락한 도피처로 예속될지에 관하여는 스스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숏폼 콘텐츠에 대한 규제 논의도 고개를 든다. 그러나, 숏폼 자체를 규제 대상으로 삼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컨텐츠의 형식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같은 헌법적 가치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숏폼 규제는 다른 형식의 컨텐츠와 마찬가지로 불법·유해 정보(혐오, 가짜 뉴스) 등 그 내용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숏폼은 순식간에 전파되어 나쁜 정보의 확산이 더 손쉽게 일어날 수 있으므로, 숏폼의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는 더 중요할 수 있고, 나쁜 정보에 대한 플랫폼의 삭제 및 차단의무는 더 신속하고 엄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청소년의 정신 건강 보호를 최우선의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주요 국가에서는 숏폼의 알고리즘적 중독 설계에 대한 규제(자동 재생, 추천 기능 제한) 논의와 더불어, 학교·가정에서의 교육 및 예방 프로그램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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