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4일
누군가 나에게 지금까지 잊지 못하는 날이 언제인지 물어본다면
난 그날의 딱 그 장면이 떠오른다.
차가운 분위기의 응급실 병실에
빨간 아디다스 운동복 옷을 입고 병실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15개월 나의 아이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자기 무릎에 기대어 울고 있는 엄마인 나의 머리를
토닥토닥해 주는 그날의 그 느낌, 그 분위기
아마 내가 죽는 그날까지, 내가 내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는 그 순간 가장 마지막으로
지워지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3.5kg의 건강한 아이로 태어난 아이였다.
입이 짧아 고생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것만 빼고는 너무나도
잘 자라주고 있는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어느 날부터 생전 나지 않던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빈도가 늘었고,
감기가 걸리긴 했어도 열이 나지 않았던 아이가
목도 붓지 않았는데 열이 지속적으로 났다.
해열제로도 잡히지 않는 미열의 연속이었다.
아이의 증상에 대해 소아과에서는 코가 건조해서 그런 거라 했고
대학병원 소아과에서도 감기로 인한 단순 발열이라 감기약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 증상이 달라지지 않았다.
외출을 해도 아이는 기력 없이 앉아서 졸았고, 집에서도 자꾸 피곤하다며 침대에 들어가 누웠다.
내 아이의 상황은 엄마가 제일 잘 안다는 말이 있듯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상황을 검색할수록 그 결과가 하나의 병명을 가리키고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동네 소아과에서 간이 철분 검사를 진행했다.
간이 피검사를 한 소아과에서 소견서를 써주면서 백혈구 수치가 너무 낮다고
대학병원에 바로 가보라고 했다.
심장이 어디가 끝인지 모르게 쿵 떨어졌다.
그리곤 급하게 뛰기 시작했다. 뭔가 일이 일어났다.
그렇게 우리는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갔다.
그리고 기본 검사가 진행되었고 피검사 결과가 나오자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아이는 지금 면역력이 0인 상태로 바로 입원 수속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병명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
마음속으로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그 병명을 의사 선생님의 입을 통해 들으니 하늘이 무너졌다.
왜 우리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눈물이 계속 흘렀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그렇게 울고 있는 엄마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