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언니가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 난 요즘 맞는 말인 것 같다
좋은 일 그리고 나쁜 일도 신이 준비해 놓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대학교 2~3 학년 시절 처음으로 F라는 점수를 받았던 일이
곧 결혼할 이 친구를 만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주 느리고 꼼꼼한 학생이었기에
대학교의 속도를 따라가질 못했고
F학점을 처음으로 받았다...
마지막 시험장에 앉아서 이 패배의 순간을
마음속에 새기려고 백지 시험지를 바라보며
아마 3시간쯤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렇게 패배를 맛본 나는 바로 다음 학기에 그 수업을 다시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때가 너무 적당했다
나는 우울에 항상 지쳐있었으며
1학년때 사귀었던 한인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져
학업에만 열중하던 때였다
수업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교수님이 하시는 수업이고
하나는 보조선생님이 진행하는 작은 수업이었다
그 작은 수업에서 이 친구를 봤는데
선생님에게 대답할 때 밝은 에너지가 느껴지고 친절해 보였다
수업이 끝난 후에 정말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는데
그 친구는 내가 원래 그녀의 친구였던 것처럼
편하게 대해주었다
그렇게 자신의 친구들을 나에게 소개해주었고,
같이 K-pop을 좋아하는 게 맞아서 그 친구들과 우리만의 그룹을 만들었다
나까지 4명인 홍콩인 셋과 한 명의 한국인이 있는 그룹
시험기간이라 공부를 해야 하는데 커버댄스를 하겠다며 시간을 쪼개가며
춤출지도 모르면서 따라 하고 촬영하고 업로드까지 했다
짧은 이삼주 남짓 되는 시간으로 우린 꽤 끈끈하게 관계를 지속했다
그 3명의 홍콩친구들 중 2명은 얼마 전 결혼을 했고,
이제 이 친구도 결혼을 한다
얼마 전에 연락을 해봤는데 바빠서 그런지 별로 시답지 않은 소리를 하다
대화가 끊겼다
사실 난 좋은 친구가 아니다
잘 챙겨줄 줄도 모른다
생각해 보니 친구 결혼 선물을 안 보내 준 것이다...
결혼 후에 물어봐서 보내줘야겠다
멤버 중 한 명이 축사(?) 물어보길래 용기 내서 한번 써봤으나
역시 영어로는 내가 쓰고 싶은 말을 담을 수가 없다
그래서 여기서라도 써보고 싶었다
아마 보여주지도 않을 거지만 알아듣지도 못하겠지만
너희를 생각하면 내가 얼마나 부족한 친구였는지가
너무 보여서 미안함만 가득해
제대로 축하해 줄 줄도 모르고 남을 신경 쓴다는 건 더욱더 모르고
한국드라마를 좋아해서 나에게 언니라고 부르는 너희인데
너희가 더 언니 같았잖아
그래서 그런가 너희가 다 먼저 가버리네
내 진심은 항상 내 마음속에만 남아있나 봐
전해질까 싶었는데 아마 안전해진 것 같아
아마 평생 못 전할지도 몰라
내가 진짜 너희를 좋아한다는 거 말이야
근데 내 귀차니즘은 항상 다른 걸 말하니까
나도 힘들다
난 삶이 전반적으로 귀찮은 사람이야
아마 그냥 게으른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까?
너는 싫은 건 싫다고 말할 줄 아는 친구이고
좋은 에너지도 가지고 있어서 아마 누구랑 살아도 잘 살 것 같아
하지만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한다니
그리고 남편될 친구도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잘됐다 싶었어
진짜 언니처럼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싶은데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도 못하는 내가 아는 게 없네
그때 너를 만난 건 나에게 아주 큰 변환점이었어
내가 더 많은 일을 하고 대학 졸업할 수 있었던 건 다 네 덕분이야
자꾸 고맙고 미안한 것만 생각나네
너의 그 좋은 에너지가 네 짝과 만나서 더 빛나길 바랄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면 언젠가 한 번 놀러 갈게
꼭 만나줘!
너의 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