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시한폭탄 타이머가 켜졌다.
청천벽력! 심장에 시한폭탄 타이머가 켜졌다!!
“이거 분명히 뭔가 나올 거 같은데요.”
청진을 하자마자 나온 심장내과의원 의사의 일성이었다.
그리고 즉시 심전도 검사와 심장 초음파 검사 그리고 엑스레이 촬영과 혈액검사를 위한 채혈이 이어졌다.
심장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바로바로 검사 결과를 알려준다.
“대동맥 판막이 잘 안 닫혀서 혈액이 많이 역류합니다”
“심장도 많이 커졌어요. 혈액이 역류하다 보니 심장이 더 많이 일을 해야 해서 커지는 겁니다”
“심해요. 중증입니다. 바로 수술하셔야겠어요”
“그간 호흡이 곤란하거나 그러시진 않았나요? 이 정도면 숨쉬기도 곤란했을 거 같은데.”하면서 대학병원 심장내과 예약을 안내해 준다.
흉강을 열어 수술을 해야 할거 같다고 한다.
대동맥판막역류증 그리고 부정맥
그리고 부정맥 검사를 위해서 가슴에 홀터(Holter)를 부착하고 병원을 나섰다.
와이프는 거의 울기 직전이다. 툭 치면 눈물이 쏟아질 거 같았다.
의사로부터 어지간히도 겁나는 말들을 들은 탓이다.
혈전이 생겨 뇌졸중이 생길 수도 있고, 심부전이나 심근경색이 찾아오면 급사의 위험이 있다고 했다.
파나마로 돌아가는 일정은 다다음주 화요일이다. 열흘 정도의 여유가 있었고, 다행히도 대학병원 검진은 바로 잡혔다.
사흘 뒤 다시 초진 병원에 와서 결과를 보니 고지혈증도 있고, 부정맥도 심하다고 하면서, 대학병원 진료를 위해 심장 초음파영상 CD와 혈액검사 결과, 부정맥검사 결과를 챙겨 주었다.
대학병원은 역시 대학병원이다. 병원 규모도 엄청나고 환자도 넘쳐난다. 병원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예약한 심장내과로 갔더니 명품 매장 오픈런 하듯이 예약 환자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다.
세상에 심장병 환자가 이렇게나 많다니…
내 차례가 되어 진료를 받는데, 대한민국 최고 심장내과 전문의 중 한 분이라고 하는 의사 선생님 말씀이 “심하네요. 숨 쉬기는 곤란하지 않나요? 바로 수술합시다. 내년 여름쯤 하면 적당히 나빠져 있겠어요. 일단 정밀검사하게 입원예약 하세요”하고 끝이다.
입원 예약도 내년 2월이다. 앞으로 거의 3달이나 남았다.
대학병원 의사는 처방도 안 해준다. 초진병원 의사는 분명 대학병원에서 다시 처방해 줄 거 라면서 삼일 치 약 밖에 처방해 주지 않아 오늘 먹으면 약이 떨어진다.
이제 3일 뒤면 파나마로 돌아가야 했기에 추가 처방을 받기 위해 다시 초진병원을 방문해 두 달 치 약을 처방해 달라고 부탁했다.
“저희가 파나마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정리할 일이 있어 일단은 돌아가야 합니다. 1월 달에 다시 나올 예정이니 두 달 치만 약을 처방해 주세요”
의사는 자기 삼촌이면 절대 한국을 떠나는 걸 말린다며 출국을 만류했다. 가더라도 AED(제세동기)를 챙겨 가라고 권유하였다.
아! 그 정도로 심각한가? 두려움이 몰려왔다.
마치 시한폭탄의 버튼이 눌러져 빨간색 전자식 타이머의 숫자가 영을 향해 째깍째깍 달려가는 듯한 느낌이다.
원웨이(One way) 티켓, 한국으로 돌아오다.
내년 2025년 1월 15일 날짜로 한국행 비행기를 다시 예약했다.
그 사이 우리가 없어도 식당과 카페 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해 놓아야 한다. 3주 정도의 짧은 우리의 부재는 큰 문제가 안 됐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내년 여름 수술을 하고 나며 회복기간도 필요하고,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서 사후관리도 받아야 한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떠나기 전에 1년 이상 우리가 없어도 문제가 없도록 조치해 놔야 한다.
우선 카페는 조카가 원래부터 맡아서 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안되는데 식당이 문제다.
우리 식당 직원들은 오랫동안 한식요리를 해 왔기 때문에 전부 현지인들이라 하더라도 제법 잘하는 친구들이라 조금만 관리해 주고 도와주면 된다.
마지막으로 모든 요리를 맛보고 다시 점검해 주고, 조카에게 매일 다른 요리를 먹어보고 점검해 주기를 당부했다. 결국 식당도 조카가 관리해 줘야만 했다. 조카가 파나마로 와 주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이 들더니 이마에 식은땀이 맺힌다. 와이프는 패닉에 빠졌다. 그리고 당장 돌아가자며 이미 1월 15일로 예약된 비행기표를 가능한 일자로 최대한 앞당겼다.
그리고 파나마로 돌아온 지 2주 만에 뉴욕을 거쳐 편도 편으로 한국에 도착했다.
무시하면 안 되는 몸에서 보내는 전조증상
사실 전조증상이 그전부터 있었다. 가끔씩 가슴을 찌르는 통증과 간헐적인 심장의 불규칙한 두근거림 어떤 때는 묵직하고도 기분 나쁜 흉통이 있었다.
원래 병원에 잘 가지 않는 스타일이고, 파나마 병원은 진료비가 많이 비싸기도 하고 진료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해서 무시하고 넘기다가 어느 날 집에서 혈압측정기로 혈압을 체크했다가 160이 넘는 높은 혈압에 깜짝 놀란 와이프에게 강제로 이끌려 병원에 갔다.
그리고 청진에서 이상함을 느낀 의사가 초음파를 권유했고 판막에 이상이 있는데 심하진 않은 거 같으니 6개월 후 추적검사를 하자고 했다.
그 당시 우리 부부는 파나마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이었고 바로 같은 상가에 한국식 디저트 카페를 오픈 준비 중에 있었다.
그래서 심상치 않은 병임을 직감하고,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인 조카에게 파나마로 와 카페 운영을 부탁하고, 한국으로 와 진료를 받은 것이었다.
영주귀국신고, 역이민으로 새로운 시작
이제 한국에 도착해 있다. 해외이주신고가 되어 있는 와이프는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있어 의료보험은 물론 금융거래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영주귀국신고를 하고 주민등록증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 다시 한국에서 살아갈 준비를 해야 되는 것이다.
집도 구해야 하고, 살림살이도 다 새로 장만해야 한다. 옷도 다 새로 사야 한다. -파나마에서 오래 산지라 여름옷 밖에 없다.-
한국은 한겨울이라 따뜻한 열대지방에서 9년이나 산 우리에겐 아직 돌아다니기엔 무서운 날씨이다. 특히나 심장병 환자인 나에겐 더 그렇다.
그리고 나는 와이프에게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융숭한 대우를 받고 있다.
안색은 괜찮은지, 잠은 잘 자는지, 숨은 잘 쉬는지, 흉통은 없는지 살피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외출할 때면 추운 날씨에 혹 심장에 무리가 갈까 봐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두툼한 패딩에 목도리까지 칭칭 감아준다.
또 수술을 하려면 체력을 보충해 놔야 한다며 식단 관리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너무 감사하고 미안하다. 이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해지고 귀한 시간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아쉬움으로 남아 있던 것들과 소홀했던 것들을 돌아보고 좀 더 바른 인생을 살아가도록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 시작을 글 쓰는 것으로 시작하려 한다.
초, 중, 고 학창 시절 그 흔한 글쓰기 대회에서 상 한번 받아 본 적도 없지만 마음 한편에 언제나 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