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때는 말이야~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시작되며 당시 내놓은 정책 캐치프래이즈로 ‘세계화(Globalization)’를 외치면서, 공무원들에게도 세계화를 주문하였다.
덕분에 1997년 시골 지자체 공무원에게도 해외연수 프로그램이 처음 생기게 되었고 1000여 명의 시청 직원들 중 4명을 선발하여 미국, 캐나다 배낭여행을 가게 했다.
처음 가는 해외연수였는데 입사 3년 차이며 한직 축산과에 근무하는 내가 어떻게 선발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도 선발되었다.
그때 해외출장 준비 모임을 하면서 나온 상사의 첫 번째 요구 사항은 팩소주, 김, 김치, 고추장 등의 음식 종류였다.
그렇게 장을 봐 오라는 주문에 내심 속으로
“이런 촌 양반들. 아니 해외에 가면 그 나라 음식을 먹어야지. 소주며 김치가 웬 말이야.”하며 투덜거렸었다.
행여나 미국 세관 검색에서 압수당하거나 해서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윗분이 원하시는데,
그렇게 소주며 라면, 김, 고추장 등을 4명의 여행용 가방에 골고루 배분해서 채워 넣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 이러한 이야기는 요즘 청년들에겐 아주 오래전 전설로 구전되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 농식품 수출액은 비약적으로 증가해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0월까지 K푸드 수출액이 11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하니, 세계 어디서나 한국식품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파나마에서도 한국식품 구할 수 있을까?
나는 비행기로 꼬박 22 시간을 가야 하는 중미 ‘운하의 나라’ 파나마에서 한식당과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식당을 했으니 이제 6년 차 자영업자다.
개업과 동시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거의 일 년을 개점휴업상태로 지내는 부침도 있었지만, 이후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식당임에도 제법 많은 손님이 찾아주신 덕에 2023년에는 시내 중심 상권에 2호점을 오픈하고, 2024년 바로 옆 상가에 커피숍까지 차리게 되었다.
개업 당시인 2020년만 해도 파나마는 인구가 420만, 교민은 400명 정도 규모의 작은 나라였기 때문에 한국 식품을 구하기가 어려운 편이었다.
한국 식품을 수입하는 업체가 있긴 하였지만 소주나 라면, 초코파이 같은 과자류 등이 대부분이었고, 정작 한식당에 필요로 하는 식품들은 수요도 많지 않고, 검역 같은 통관 문제 그리고 냉장, 냉동이 필요한 제품이어서 수입에 어려움이 많았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한 중국계 파나마인이 운영하는 유통업체에서 파나마 최초로 멸균 바나나 우유를 수입했었는데, 그때 바나나 우유를 처음 주문해 먹고 감격해하던 기억이 난다.
하나 지금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한국식품 유통업체들 덕분에 수입되는 한국식품 종류도 다양해지고, 식재료도 수입해 와 한국식품을 전에 비하면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이제 파나마에도 십여 곳의 한식당과 한국인이 운영하는 자그마한 식품점도 있고, 일부 현지 마트에서도 한국식품을 발견할 수 있으니, 굳이 멀리 파나마까지 어렵사리 소주나 라면은 안 챙겨 와도 되는 시절이 되어 버렸다.
한류!! 감사해요
며칠 전 우리나라 한 대기업의 파나마 법인장으로 근무하다 이제는 모기업 대표이사가 되신 분과 함께 차를 마시며 옛날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이분은 처음 해외주재원으로 라틴아메리카 중 한 나라에 부임했었을 당시 겪었던 인종차별과 한국인이라 무시받았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세계 속 한국의 위상 변화에 공감했다.
K 팝과 한국드라마의 인기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2015년 파나마 이민 당시에도 어느 정도의 팬덤층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거의 절정에 달했고, 한국식품이나 한식을 찾는 사람도 점점 많아지게 된 것 같다.
그리고 파나마에서도 한국말을 하고 알아듣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심지어 파나마 어느 식당의 웨이터가 한국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기도 한다.
해외여행을 하시는 한국분들도 항상 언행에 신경 써야 할거 같다.
어쩌면 이제 K팝이나 한국드라마 인기가 어떻고 말하는 것 자체가 진부한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세계 속 한국 위상이 올라가고 한국문화도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서 아울러 우리 한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거 같다.
덕분에 우리 한식당도 쉽사리 파나마에서 자리 잡고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건강 악화로 1호점은 문을 닫고 직원들은 2호점으로 보내 전적으로 직원들에게 식당 운영을 맡긴 채, 수술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 지가 이제 만 일 년의 시간이 지났다.
콜롬비아, 파나마 출신의 현지 직원들이지만 내 일처럼 정말 열심히 일해 준 덕분에 일 년이 넘는 시간을 수술과 회복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같다.
일 년여의 휴식과 큰 수술을 받고 나니, 어떻게 하면 파나마 우리 한식당이 현지인들에게 사랑을 받는 백 년 식당이 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과 동시에 의욕이 불타 오른다.
나는 ‘아무리 처음 접하는 새로운 음식일지라도 국적을 불문하고 입맛은 똑같다’라는 생각이다. 생소한 음식일지라도 깔끔하고 위생적이고 정성으로 맛있게 한다면 손님은 반드시 느끼고 알아준다.
파나마 대부분의 현지인들에겐 한국 음식이 생소하겠지만, 정성과 맛으로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백 년 식당을 꿈꿔본다.
파나마 여행 계획 있으신 분~~
파나마 한식당 <소반>으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