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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기복이 May 08. 2023

직장 상사와의 술자리

님아 제발 그 말을 하지 마시오


아무리 편해도 상사는 상사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회식이 아니더라도 동료들과 가볍게 사석에서 술자리를 가지는 일이 있다. 어느 정도 팀의 화합도 필요하고 꽤 오랜 시간 같이 부대끼며 미운 정 고운 정 쌓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 끝나고 서로 시간 되면 사적으로도 만남을 갖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자리가 늘 화기애애하게 끝나면 좋으련만 꼭 사달은 한 번씩 나기 마련이다.










술자리는 면죄부가 될까


보통 중간관리자급들은 아랫사람과 술자리를 자주 한다. 대리도 사원이 편하고 사원도 대리가 편한 그런 느낌이랄까. 직급이 다르더라도 서로 그렇게 어려운 사이가 아닌 사람들끼리 술자리를 함께한다. 그런데 한번은 하극상을 보고야 말았다. 함께 자리했던 부하직원은 내가 한번 혼낸적이 있는 직원이었다. 그런데 그날 그동안 서운했던 것을 다 쏟아 놓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다른 직원들도 다 있었는데 말이다. 마치 이날이 오기만을 벼르고 있던 것처럼 모조리 토해냈다. 자신이 혼났던 일들과 그로 인해 억울했다는 감정들을 언성을 높이며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끝내하지 말아야 할 말들까지도 말이다. 지난 이야기를 꺼내며 상사로서의 자질까지 운운하는 그를 보며 다시 화가 났지만 서로 싸움이 될 것 같아 말을 아꼈던 기억이 있다. 술이나 취했으면 술주정이니 했겠는데 술 한 방울 마시지 않고 분위기를 타서 맨 정신에 그랬다.


술자리의 이야기는 모두 잊어주는 게 예의다. 그리고 대부분 상사들도 그걸 알고 있다. 그런데 팩트를 말하자면 잊어준 게 아니라 잊은 척하는 거다. 당사자 앞에서 티는 내지 않는다. 물론 그것으로 불이익을 주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대로 행동한 그가 잃는 것이 전혀 없을 거라는 장담은 하지 못한다. 술자리는 결코 면죄부가 되지 못한다. 






사회생활은 학교가 아니다


회사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가끔 친구들과의 만남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조건 편한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직원도 그런 입장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틀렸다. 사회생활은 학교처럼 서운하다고 다 말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애처럼 징징거린다고 받아주는 사람이 있는 곳도 아니다. 친구와 동료는 구분해야 한다. 그대는 친구처럼 생각할지 몰라도 그대와 함께하는 그 사람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 라고 물어본다면 아마 확신을 가지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설사 친구라도 그렇다. 그 사람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를 보며 수시로 서로를 평가하고 평가받는 게 인간관계다. 그런데 하물며 상사와 부하직원은 어떨까. 공식적으로 평가하고 평가받아야 하는 관계이다. 윗사람은 항상 아랫사람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을 수밖에 없다. 같은 동료이기도 하지만 그게 상사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물론 사석에서까지 평가표를 가지고 체크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사인 나의 입장에서 도를 넘은 그 사람에 대한 인식과 감정이 더 안 좋아졌음에는 확실하다.











아무리 편해도 상사는 상사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모든 상사들이 다 어려운 것은 아닐 거다. 호랑이 같은 상사도 있지만 정말 친구처럼 대해주는 상사도 있다. 보통은 아랫사람들이 후자를 더 잘 따르고 좋아한다. 나 역시도 아랫사람 입장일때는 그렇다. 그런분들을 보면 고마워서 더 일을 잘하려고 애쓰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편한 나머지 조금 쉬워 보인다고 끝도 없이 기어오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윗사람들이 모를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을 먼저 챙겨줘야 하는 것도 맞고 잘못도 감싸줄 수 있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서로 간의 예의를 지킬 때의 일이다. 한없이 좋은 상사란 없다. 알고 보면 화 안 내고 싫은 소리 안 하는 사람들이 더 무서운 경우가 많다. 오히려 반대로 호랑이 같은 사람들은 앞에서 그때그때 풀어버리고 생각도 안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상사가 아무리 천사 같아 보이고 물로 보여도 상하관계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긴장이 풀리고 마음을 놓게 되면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는 게 사람이지만 말이다. 직장 사람들은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 격의 없다고 착각하여 자신의 평판을 깎아먹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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