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무서운 상사 VS 일 못하는 착한 상사
누구와 함께하시겠어요?
어떤 상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직장생활 N연차, 난 상사복이 참 다사다난했다. 일단 직장 내에서 무섭기로 소문난 상사를 모두 거쳤다.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그만큼 내가 이곳에 오래 있었다는 말도 되고 아니면 그게 그냥 나의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랬기에 나름 상사 보는 눈? 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일 잘하고 카리스마 있는 상사
나의 첫 상사는 아주 무서운 분이었다. 알잘딱깔센. 이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여자였는데도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다. 일을 잘하는 상사는 기준이 높다. 아랫사람도 자신처럼 일을 잘하길 바란다. 물론 기다려도 주지만 인내심이 그리 길지 않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도 역량이 올라오지 않는다고 하면 이미 그분의 손을 떠났다. 그래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좋아한다. 그러니 이 사람의 눈에 들려면 두 가지 중 하나이다. 일을 엄청나게 잘하거나 아니면 엄청난 노력파이거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도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마음으로 출근했지만 덕분에 일은 확실히 배울 수 있었다. 또 일할 때는 무서웠지만 인정은 많은 분이었어서 사람 자체에 대한 기억이 나쁘지만은 않다. 같이 일할 때는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면 많이 생각나는 분이다.
일 잘하고 무섭고 성격 별로인 상사
다른 유형의 무서운 상사와도 같이 일한 적이 있었다. 이 분은 성격 자체가 무서웠다. 회사를 오래 다녀서 일에 능통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성격이 불같아 무섭다고 소문난 사람 같았다. 그런데 확실히 연차가 엄청나서 그런지 경험에서 오는 부분은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일단 이 분과 같이 일하면 든든했다. 어떤 일이 생겨도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났다. 산전수전 다 겪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매뉴얼 적으로도 통달 수준이었다. 모르는 걸 물어보면 백과사전처럼 답이 나왔다. 회사의 경영은 당연한 말이고 모든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하나하나 터치가 심하지 않았다. 나무를 알려주기보다는 숲을 그려주는 쪽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누구보다 예리하게 모든 걸 다 보고 있었다. 그게 제일 신기했다. 보통 직장 상사들도 자신의 일을 하기 바쁜데 이분은 자신의 일은 시간 안에 모든 걸 끝내고 다른 사람이 하늘 일들까지도 어떻게 진행이 되어가는지 다 알고 있었다.
이건 단순히 연차가 높아서만은 아니었다. 회사에 헌신적이었다. 수많은 세월을 그토록 회사에 헌신적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분도 역시나 아랫사람으로 따라가려니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분을 통해 업무에 대한 시야가 달라졌다. 비교적 짧게 같이 일했지만 지나고 보니 조금만 더 같이 일했더라면 더 배울 게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게 힘들었으면서도 말이다.
BUT......
하지만 이렇게 무서운 상사들과 함께 일할 때는 출근이 겁났다. 매일이 도망가고 싶었던 적도 있다. 아니 거의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뭐 실수한 것은 없는지 매일 조마조마했고 하루빨리 회사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쉬는 시간도 쉬는 날도 한 번도 마음을 놓고 쉬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착한 상사
버티고 버틴 인고의 시간 덕분일까. 드디어 나도 착한 상사를 만났다. 그런데 왜일까. 성격 좋으면서 일로서까지 인정받는 상사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같이 일하면서도 배울게 별로 없었고 오히려 아랫사람들의 서포트가 많이 필요했다. 하지만 매일 아침에 출근을 할지 말지 갈등은 하지 않아도 됐다. 일단 이 분들은 기본적으로 남한테 상처가 되거나 싫은 소리를 못하는 성격이었다. 언성을 높이는 일도 없었다. 일을 못한다고 무조건 다그치지 않았고 충분히 시간을 주고 기다려 주었다.
직원들을 차별하지도 않았다. 내 사람과 내 사람이 아닌 사람으로 나누지도 않았다. 그래서 팀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던 것 같지만 성과로 보자면 글쎄 라고 생각된다. 지나고 봤을 때 기억에 남냐면 딱히 그것도 아니다. 착한 상사였지 따뜻한 사람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은 더 없었다. 배운 것도 없고 인간적으로 기억도 그리 남지 않는다. 때로는 보면서 저렇게 되지는 말아야지 생각했던 적이 더 많다.
착한 상사가 착한 이유
이 분들이 왜 싫은 소리를 안 했나 생각해 보면 물론 성격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차지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다들 일에 욕심이 없었다. 어쩌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올라왔는데 일에 딱히 관심은 없었다. 그래서 아랫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알아서 잘하겠지란 생각에 간섭을 아예 안 하고 나중에 결과만 듣는 경우도 많았다. 욕심이 없으면 관대할 수 있다. 자신의 고과와 성과에 큰 욕심이 없었기에 아랫사람들을 다그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이들과 일했을 때는 나도 편했다. 실수를 해도 관대했고, 마음을 졸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것을 알아야 한다. 윗사람의 성과가 없다는 것은 그 팀의 성과가 없다는 것을 뜻하고 이는 곧 본인의 성과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나의 성장은 꽤 더디게 흘러가고 있었다.
일 잘하는 무서운 상사 VS 일 못하는 착한 상사
그렇다면 두 유형의 상사 중 어떤 사람과 일하기를 추천하냐 물으면 난 당연히 무섭지만 일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라고 말할 것이다. 적어도 일을 배우는 초기라면 더더욱 말이다. 지나고 나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물론 힘든 기억이 미화된 것일 수도 있다. 나도 그분들과 다시 일하라면 자신은 없다. 그러나 담금질을 견디며 쇠가 단단해지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멘탈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내가 성장했던 것은 무섭지만 일을 잘하는 상사와 함께할 때였다. 나중에 내가 업무를 어느정도 다룰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일을 못하는 상사를 만나도 뭐가 맞고 틀린지 구분이 간다. 그렇지만 그 전에는 일적으로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상사를 만나는게 맞다. 자신이 그래도 일로서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