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문제, 진로 문제 등 어떤 문제로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면 매번 이런 대답을 듣는다.
"네 인생인데 네가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해"
이 말 외에 다른 어떠한 의견도 주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답답함과 섭섭함에 화가 난다.
'아니 자식 인생에 저렇게 무관심할까'
그렇게 화를 내면 결국 내 손해다. 내 신경을 내가 볶는 것이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반복하다 이런 생각을 했다.
'내 인생의 전문가는 나인데 내 인생을 누구한테 물어...'
피부 문제는 피부 전문가와 상담한다. 운동은 트레이너와 상담한다. 머리는 헤어디자이너와 상담한다.
그렇다면 내 인생은?
생각해 보니 내 인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인데 그걸 다른 사람한테 상담하고 원하는 답을 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내 모습이 한심했다. 아무리 부모라도 그들 입장에서는 제삼자의 인생이다.
그동안 나는 내 인생을 수많은 사람에게 물어왔다. 그리고 그들이 준 대답은 모두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참고는 했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한 것 같다. 지금 내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면 누구한테 물어도 방향을 잡아주지는 않는다. 어쩌면 내가 그동안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물었던 것은 오답을 선택했을 때에 대한 두려움과 그 책임을 고스란히 내가 떠안는 것이 무서워서 아니었을까. 내 선택에 내가 자신이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자꾸 정답을 이야기해 달라고 한 것 같다. 타인의 말을 더 많이 듣는 다는 것은 그만큼 나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다는 것. 내 인생에 대해 나는 비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