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건 좋은 거지만, 없다고 해도 흠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원하는 게 없을 때 사람이 강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장 해내야 하는 일이 없을 때, 그때의 제가 가장 강해요. 뭔가를 해내야 하고, 꼭 성취하고 싶을 때 저는 약점이 많아 보여요. 예민하기도 하고, 작아지죠. 하지만 아무 아쉬운 게 없을 때 제 멘탈은 가장 강해요.
-아이유 인터뷰 중-
사고를 하고 생각을 하기 시작한 후부터 목표가 없었던 적이 없다.
아주 유치원 때부터 항상 생각했다.
'나중에 무엇이 되어야지'
사는 건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뤄가는 재미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단순하던가?
내가 정한 목표들이 하나씩 좌절될 때마다 우울감에 빠져갔다.
삶은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 삶만은 내 뜻대로 되기를 바랐다. 무슨 이기심인지..
목표가 생겼을 때의 즐거움은 아주 잠깐이었다.
그것을 이루려고 오늘의 행복을 미룰 때마다,
스스로를 채찍질할 때마다,
나를 점점 갉아먹는 느낌이었다.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 나를 부정했던 적이 있다.
좋은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지만
먹고사는데 바쁘다 보니 '꿈' 과 꽤 멀어졌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것은
꿈을 잃은 지금이 꿈을 꾸던 그때보다 더 편안하다.
지금 난 소소한 행복도 느끼고 있다.
꿈에 집착하며 살던 과거보다 세상이 훨씬 더 살만하게 보인다.
물론 여전히 모든 걸 내려놓지는 못했다.
여전히 나는 잘되고 싶고 내가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그때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아주 조금은 생겼다.
원하는 게 있으면 우리는 한없이 약한 존재가 된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순식간에 약자가 되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상대에게 바라는 마음이 클수록 나는 점점 작아진다.
꿈이 클수록 그 꿈을 이루지 못한 나는 한없이 작아 보인다.
승진에 대한 열망이 클수록 윗사람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마음에
할 말도 못 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처럼 바라는 것이 많은 나는 너무나도 작은 존재가 된다.
최근에 안재현 작가의 책을 읽다가 이런 글을 발견했다.
정말 원하는 것이 있다면 올려놓으면 안 된다.
정말 원하는 것은 내려놓아야 내 것이 된다.
내려놓으면 내 것이 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내려놓은 지금 마음이 훨씬 더 편안하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알게 되며 불필요한 힘이 빠진다.
그래서인지 두 주먹에도 힘이 풀린다.
어릴 때는 그토록 꽉 쥐고 살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