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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기복이 Oct 13. 2023

자취하면 외롭지 않나요?

네 외로워요... 그것도 아주 많이.....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사람이었다. 자취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런데 자취를 시작한 지금 혼자 있는 게 적적하다. 살면서 외롭고 쓸쓸하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 나이에 그런 느낌을 느끼게 되다니 난 평생 외로움을 느낄 일 없다고 호언장담 하고 다녔는데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하필 가을에 이사를 한 것이 한몫을 한 것 같기도 하다. 원래 가을을 잘 타는데 올 가을은 더 심할 것 같다.









자취생이 외로움을 해결하는 법 1. 뭐라도 틀어 놓는다. 

- 음악 듣기 (발라드 금지  / 아이돌 노래 위주로만)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 가족과 함께 살 때에도 항상 음악을 들었었다. 주변 신경 쓰지 않고 혼자 방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살았다. 그때는 나만의 공간에서 눈치 보지 않고 음악을 실컷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자취를 시작하니 집에서 음악을 틀지 않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렇게 놀랄 수가 없었다.  

나는 발라드만 듣는다. 아이돌 노래는 물론이고 신나는 노래도 듣지 않는다. 일 년에 딱 한번 예의상 봄이 오기 시작할 때쯤 '벚꽃엔딩' 한번 듣는 것 빼고는 오직 발라드다. 그런데 혼자 살면서 발라드를 틀어 놓으면 그렇게 더 처량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가뜩이나 외로워 죽겠는데 , 그것도 이 가을에, 발라드까지 틀어놓으면 그냥 땅굴을 파고 들어가기로 작정한 사람이 되는 거다. 

그렇다고 음악을 안 틀고 살자니 너무 적막해서 견딜 수가 없다. 대신 플레이 리스트가 바뀌었다. 발라드에서 아이돌 노래로. 음악이라도 신나는 걸 틀어놔야 그나마 이 다운되는 기분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세상 내 플레이 리스트가 이렇게 바뀌는 날이 오다니. 사람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 뭐라도 틀어 놓는다

자취생 집에는 왜 항상 TV가 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이제 알 것 같다. TV 없이 잘 살아왔고 평소에 TV를 전혀 보지 않는 나지만 자취를 시작하고는 하나 들여놔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다. 사람 사는 소리가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자취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아직 적응이 안 된 것도 분명 있을 테지만 , 그래서 보지 않는 TV 라도 틀어 놓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씻을 때도, 설거지를 할 때도, 음식을 할 때도 집에 오면 노트북부터 열어 뭐라도 틀어 놓는다. 이럴 때는 그동안 여러 사이트에 구독권을 끊어 놓았던 것이 참 도움이 된다. 이럴 줄 알고 끊어 놓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 프로그램이나 막 틀어놓는 것도 아니다. 예전 같으면 드라마를 주로 볼 테지만 이제는 왁자지껄한 예능을 주로 틀어 놓는다. 





자취생이 외로움을 해결하는 법 2. 나 혼자 산다 (feat. 김대호 아나운서)

사람은 누구나 그렇듯 항상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사람들에게서 공감을 얻으려 한다.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살지 않을 때도 애정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요즘은 최애 프로그램이 되었다. 전에는 그냥 보고 지나쳤다면 요즘은 공부하는 사람의 태도로 저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유심히 관찰하게 되고 팁을 얻으려고 하게 된다. 물론 그들과 내가 사는 집의 규모와 생활 수준은 많이 다르지만.... 갑자기 씁쓸하네...

얼마 전 우연히 김대호 아나운서 편을 보게 되었는데 그 후로 김대호 아나운서의 팬이 되었다. 혼자 살고, 심지어 직장인인데 저렇게 자유롭게 진짜 '잘' 살 수가 있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보고 있으면 괜히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살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자유롭게 사는 사람의 모습에 나까지 기분이 동화되어 좋아진다. 




자취생이 외로움을 해결하는 법 3. 일을 만든다.

사실 집에 들어오면 침대와 한 몸이 되는 것이 일상이었다. 밥 먹을 때 빼고는 내 방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런데 혼자 살아보니 그런 시간들이 많아질수록 잡생각만 늘었다. 그래서 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침대에 가만히 있는 시간이 줄었다. 이 기회다 생각하고 자기 계발을 하자. 뭐라도 몰두하고 있으면 다른 생각이 들 시간이 줄어든다. 그래서 더 이것저것 배우기 시작했다. 잡생각을 하기 싫어서. 확실히 그것들을 하고 있으니 퇴근 후의 공허한 시간이 더 빨리 간다. 










외롭긴 하지만 혼자 있으니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가족들과 저녁 시간을 맞출 필요도 없고, 시끄러운 티브이 소리도 없다. 내 시간을 방해하는 요소가 전혀 없다. 어떻게 보면 무척이나 외롭기 때문에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나에 대해 알려면 말이 전혀 안 통하는 나라로 여행을 가라는 말이 있다. 아무하고도 대화할 사람이 없으면 결국 나 자신과 대화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은 한번 해볼 만하다. 누군가에게는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또 누군가에게는 그동안 누렸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독립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자취를 해 본 사람이 입을 모아 말하듯 혼자 살다가 같이 사는 것은 같이 살다 나오는 것보다 더 힘든 일 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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