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안 풀릴수록 스스로를 고립시키세요
'고립'이라고 하니까 무슨 무인도에 떨어진 것 같다. 문득 어렸을 때 읽었던 <로빈슨 크루소>가 생각난다. 당연하게도 내가 말하는 고립이 그 수준은 아니다.
자취를 하고 있다. 사실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는 아무도 없는 집이 너무 어색하기도 했고 특히 이 적막함이 제일 힘들었다. 그래서 집에 오면 항상 무언가를 틀어놓아야 했다. 그런데 이젠 적막함이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오롯이 혼자인 이 시간들이 좋아지고 있다. 내가 외롭다고 느꼈던 것은 집에 와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시간들 때문이었다. 집에 와서도 집중할 것들이 생기니 바쁜 마음이 외로움을 앞섰다.
고립의 좋은점 1. 내 루틴의 장애물이 없다
아무도 내 루틴을 파괴할 사람이 없다. 집에 있을 때는 그게 쉽지 않았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저녁을 먹기 싫어도 먹어야 했고 그 후 가족들이 티브이 보는 틈에 끼어 앉아 있으면 두세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어디 그뿐인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되면 시간이 훅 가버려 잘 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보니 내가 계획했던 일들을 지키는 하루가 거의 없었다. 그러면 또 그것대로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그런데 독립을 하고서는 장애물이 없다. 내 의지만 있으면 내가 계획한 대로 삶을 꾸려갈 수 있다. 감정도 널뛰기하지 않는다. 감정이란 혼자 있을 때가 제일 고요한 법이다. 사실 어떤 일을 실행함에 있어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이 감정이다. 그런데 감정의 동요가 없으니 조용히 내가 계획한 것들을 해나간다.
고립의 좋은점 2. 힘든일에 초연해진다
전에는 힘든 일이 있으면 다 말해야 풀렸다. 그런데 사실 말을 하면 할수록 화가 더 나는 경험을 누구나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내가 말을 하는데 듣는 이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더 화가 난다. 그런데 혼자 있으니 매일 같이 힘든 일을 말할 데도 없다. 자연스럽고 혼자 승화시키는 법을 배워간다. 오히려 이게 더 낫다. 지나간 힘든 일들은 그냥 두면 잊힌다. 그런데 그것을 또 입으로 굳이 꺼내어 다시 한번 내 뇌에 각인시키는 것이 더 잔인한 처사였다는 것을 알았다.
고립의 좋은점 3. 내 인생에 오직 '나' 하나만 남는다
집에 있으면 여러 사람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어떤한 일에 있어서 오직 나의 판단보다 타인의 말의 힘이 더 커지는 경우가 생긴다. 나 역시 그랬고 그 사이에서 굉장히 어지러웠다. 사실 그것이 내가 집을 나온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오직 내 판단에 맡겨 내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다. 사람 마음이라는게 다수의 의견에 쏠리기 마련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가족 모두가 맞다고 하면 ' 내가 틀렸나? ' 라고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일을 그르치고 나중에 후회하고 내 인생의 회로를 바꾼적이 많다. 지나고나서 '그때 내 판단이 맞았을 수도 있었어...' 라고 생각해봤자 소용없었다. 그런것들이 반복되다 보니 더이상은 내 인생에 그런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내 일과 내 인생의 결정권자는 오직 나 하나이고 싶었다.
정승제 강사님이 한 말이 생각난다. "부모와 빨리 떨어져야 여러분의 인생이 시작된다 " 이 말에 어느 정도는 다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하지만 나도 그랬듯이 용기가 없다. 그런데 용기는 촛불과 같다. 나는 <촛불하나>라는 노래를 정말 좋아한다. 거기 이런 가사가 있다.
"불을 밝히니 촛불이 두 개가 되고 그 불빛으로 다른 초를 또 찾고 세 개가 되고 네 개가 되고 어둠은 사라져 가고"
나온다는 결심을 실행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혹시나 못 먹고살면 어떡하지. 거지가 되면 어떡하지. 난 아직 완벽하지 않은데...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어떠한 계기로 나왔는데, 막상 나오니 어떻게든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미래를 그리게 된다. 같이 살았다면 여전히 그리지 못했을 계획들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무모한 자신감도 생긴다. 그리고 때로는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 라는 말을 매일 되새기며 스스로를 안심시키기도 한다.
언제든 결정만 하면 혼자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부모님 하고 같이 살다가 결혼하면 영영 혼자 살아볼 기회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살짝이라도 틈이 보일 때 실행해 보는 것도 좋다. 혼자 살면 모든 것이 내 선택이다. 냉장고에 채울 음식들, 하루 세끼 메뉴, 하다못해 빨래를 일주일에 몇 번 할 것이냐, 어떤 디자인의 국자를 살 것이냐 까지 모두 다 나의 몫이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의외로 굉장히 소중하다. 나는 조금 더 어른이 되어간다. 그러니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나에게 '고립'이라는 선택지를 주는 것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