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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기복이 Jan 29. 2024

김밥천국 같은 인생

feat. 정영한 아나운서님의 영상을 보고



요즘 정영한 아나운서님의 팬이 되었다. 시작은 정말 우연한 계기였다. 작년 겨울 후쿠오카를 너무 가고 싶어 후쿠오카 여행 영상을 탐색하던 중 이 분의 후쿠오카 여행기가 알고리즘에 뜨게 되었고 그 영상을 시작으로 이분의 유튜브 영상을 모조리 보게 되었다. 아나운서 준비생 시절부터 현재까지 한 사람의 성장기가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 내가 태어나서 두 번째로 멋있다고 생각되는 아나운서였다. 그 첫 번째는 전현무 아나운서였다.







조금 뜬금없고 웃기지만 나의 어린 시절,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절 나의 꿈도 '아나운서'였다. 꽤 오랜 시간 아나운서라는 꿈을 품고 살았다. 나의 꿈은 전현무 같은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꿈은 KBS 아나운서가 되는 거였다. 국어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수학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에게는 아주 안성맞춤인 꿈이었다. 또 말하는 것도 정말 좋아했기에 최적의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어린 시절 KBS 아나운서실에서 집필한 아나운서 발음법에 관한 책도 사서 매일밤 읽으며 연습했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그 꿈은 고1까지 유효했다. 고1 때 나는 아나운서의 경쟁률과 준비기간에 들어가는 돈을 알아보고는 포기했다. 그렇게 투자할 돈도 없었고 그 경쟁률을 뚫을 자신도 없었다. 꽤나 오래된 꿈이었는데 포기는 참 빨랐다. 그리고 취업이 잘 된다는 이과로 갔다. 수학을 엄청 싫어했음에도 불구하고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건 내 오만이었다. 내가 잘하고 자신 있는 문과를 갔어야 했다. 지금껏 가장 잘못 끼운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김밥천국 같은 인생


그렇게 잊고 살았던 꿈이 정영한 아나운서의 영상을 보면서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는 포기했는데 누군가는 그것을 이루어 냈구나' 하는 부러움이 커졌다. 그렇게 영상을 하나하나 보는데 <25살, 인생이 망한 것 같아요>라는 강렬한 제목의 영상이 있었다. 그 영상에서 자신의 인생을 '김밥천국' 같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말인즉 정말 여러 가지 경험이 있지만 무엇 하나에 전문적인 것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인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내 인생 역시 지금까지 '김밥천국'이었다. 이것저것 손대본 것은 정말 많지만 어느 것 하나 성과 낸 것도 없고 마무리 지은 것도 없었다. 나의 숨겨진 재능을 찾고자 했지만 '재능 없음'만 발견하고는 한발 물러선 일들만 수두룩 했다. 처음에는 재능이 없음에도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 가지에만 몰두해도 힘든데 일과 병행하면서는 있는 재능도 달아날 판이었다. 결국 지금의 나에게 남은 것은 여전히 '꾸역꾸역 다니는 직장' 밖에 없다. 그런데 그마저도 이제 몸이 고장 나 퇴사를 재촉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 : 김밥 천국 탈피


항상 새해가 되면 새로운 생각이 들어온다. 딱 이맘때쯤이다. 올해 나에게 들어온 새로운 생각은 '김밥천국 탈피'이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손대보는 때는 끝났다.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너무나도 강하게 강타했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이 필요하고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못하는 것들은 과감히 내 영역 밖으로 끌어내기로 했다.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물론 절대적으로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확신도 없다. 하지만 상대적인 확신은 있다. 적어도 '이것보다는 내가 이것에 더 자신 있지' 이런 것 말이다. 


원씽. 선택과 집중에 관한 단어이다. 책도 꽤 유명하다. 이제 나도 시간이 아까운 나이가 되었다. 청춘이라는 말을 들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껏 환경에 매몰되어 '나는 이럴 수밖에 없어'라는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삶을 살아보겠다. 1월의 다짐과 끈기는 아주 마음에 든다. 이제 이것을 올 한 해 일 년간 잘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부디 올해를 마치는 12월에는 이 브런치에 작은 성과 하나라도 적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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