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필명은 '감성기복이' 다. 좋게 말해 감성기복이지 사실은 '감정'기복이다. 감성이 아닌 '감정' 기복이 엄청 심하다. 하지만 차마 필명을 감정기복이 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내 감정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오르락내리락하는데 그 폭도 굉장히 크다. 심지어 여기에 다혈질인 성격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내 평생 지키고 갈 인생의 목표 중 하나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의 기질적인 특징 중 또 하나는 항상 베이스로 깔려 있는 잔잔한 우울감이다. 어릴 때부터 딥한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서인지 나는 기쁨보다 우울과 친하다. 그리고 슬픈 노래들을 들으며 우울을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혼자 있을 때도 가벼운 생각보다는 무거운 생각을 주로 한다. 전에는 이 우우울감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냥 내 성향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
가끔 내 기분을 설탕에 의존한다
가장 빠르게 기분을 회복하는 방법
사실 혼자 있을 때 우울한 것은 상관이 없다. 나의 다운된 이 기분이 아무에게도 피해를 안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회사에서다. 기본적으로 텐션도 낮은데 기분까지 우울한 날은 그러고 싶지 않아도 출근하면서부터 축 쳐져 있을 수밖에 없다. 주변에서는 왜 이렇게 힘이 없냐고 물어본다. 기분이 처지면 몸도 쳐진다. 아무 말도 하기 싫어지고 평소 같으면 그냥 넘어갈 일도 유난히 거슬린다.
이런 상태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본인이다. 그래서 어떻게 이 기분을 해결할까 고민을 하다가 밥이라도 잘 먹으면 힘이 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에 식사에 소홀한 편이었다. 대충 때우는 게 일상이었다. 영양은 전혀 생각 안 하고 그냥 배고픔만 해결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그런데 웬걸. 식사를 조금 잘 챙겨 먹었더니 기분이 달라졌다. 식사의 중요성을 알았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돈이 조금 더 들어도 가끔은 나를 위해 내가 당기는 음식을 먹고자 한다.
나를 아껴주는 가장 쉬운 방법
우리가 어디 초대를 받아 갔는데 김치랑 밥에 김만 주면 기분이 어떤가? 손님상이라고 신경 쓴 티가 전혀 나지 않고, 그것도 접시에 덜지도 않고 준다면 말이다. 아마 굉장히 불쾌할 것이다. 대접을 못 받는 기분이 들 것이다. 스스로에게도 똑같다. 나에게 밥상을 대충 차려주는 것도 내가 나라는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가뜩이나 기분이 안 좋은데 더 다운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특히 우울할 때는 내가 나를 '특별한 손님'처럼 대접해 주는 게 꽤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쉽게 시작해 볼 수 있는 것이 '식사'이다. 옷이나 외모는 시간이 걸리지만 밥은 일단 우리가 매일 먹어야 하고 꽤나 즉각적으로 혈당 스파이크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