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어쩌면 반칙 연산
설상가상이라고 했나. 요즘 들어 신경 쓸 일들이 많아졌다. 건강도, 사람도, 일도 모든 게 무너질 때가 있다. 친한 줄 알았던 사람은 내가 아프다는 말에는 안중이 없고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태도로 자신이 서운한 부분에 대해서만 화를 냈다. 돈과 얽힌 관계 역시 그렇다. "네가 얼마나 중병이든 아픈 건 그쪽 사정이고 그쪽 귀책사유죠. " 역시 사회는 냉정하다. 몸까지 아픈데 이렇게 억울하기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너무 많은 걸 터놓으면 약점이 된다. 하지만 이제 이 모든 안 좋은 감정들에 꽤 담담하다. 어쩌면 이게 나이가 주는 축복인지도 모른다. 살면서 쌓인 데이터들이 감정에 무뎌지게 만든다.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한없이 기뻐할 일도 한없이 슬퍼할 일도 없다. 물론 그래도 억울하고 화도 나고 짜증도 난다.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지난 경험을 통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과연 이럴 때도 내가 가만히 있는 것이 맞나? 내가 계속 침묵을 지키는 것이 맞나? 이러다 더 만만히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여러 생각이 든다. 상대가 똥이 던지든 화살을 던지는 내가 안 받으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차오르는 억울함과 분노는 때로는 조절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근데 내 인생만 이럴까?, 이런 일이 없이 완벽한 인생만 살다 가는 사람이 있을까? ' 그렇지 않기에 인생을 오래 사신 분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일 것이다. 산다는 건 고통이라고.
인생은 사칙연산이 아니다. 어쩌면 나는 그동안 인생이 사칙연산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완벽주의 같은 마음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일이 어떠한 재도 남지 않고 말끔하고 깔끔하게 풀리길 바랐다. 그런데 어떻게 이 긴 인생을 억울함 없이 말끔히만 살다 갈 수 있겠는가? 사람에만 인연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에도 인연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모든 건 시간이 걸리고 내 마음이 아무리 급해도 순리를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나는 인생도 수학처럼 생각했기에 내 예상과 벗어나 오차가 생기면 쉽게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애초에 인생이란 말끔히 나누어 떨어지는 계산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인생에는 사칙연산으로 풀 수 있는 문제보다 반칙과 변칙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