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관리
언제부턴가 자기 관리에 관심이 생겼다. 원래 옷이나 머리나 나의 외모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타입이 아니었다. 항상 외모보다는 내면이 중요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고 그렇게 배웠다. 집안에 누구도 그렇게 외모를 신경 쓰고 가꾸고, 하다못해 운동을 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그게 디폴트인 줄 알고 살았다. 하지만 사회에 나가 여러 사람과 교류를 하다 보니 다들 운동은 기본이고 자기 자신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며 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사람들을 보고도 낭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분명 낭비 만은 아니었다. 요즘 유명한 나름의 '자존감' 관리였던 것이다. 상황에도 맞지 않는데 명품을 휘감거나 무리를 하는 것은 잘못된 거지만 어느 정도 자신을 가꿀 줄 아는 사람이 대접받는 것임은 확실하다.
외모관리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후줄근하게 입고 다녔다. 돈을 벌고는 있었지만 학생때와 마찬가지로 항상 싼 옷을 찾아다녔다. SPA 브랜드의 옷들도 비싸다고 티 한 장을 못 사 입었다. 그저 보세 옷 종류 중에서 아주아주 싼 것들로만 사서 입었다. 그렇다 보니 몇 번 빨아 입으면 항상 목이 늘어나거나 금방 해졌다. 어느 겨울날 버스를 기다리려고 추워서 건물에 들어갔다가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목이 다 늘어났고 소매도 늘어난 후드를 입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당장 이 옷을 입고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데 이 꼴이라니..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순간 기가 죽었다. 기가 죽을 일이 없는데도 옷 하나로 기가 죽었다. 그 일을 계기로 어디를 갈 때면 조금씩 나의 착장을 점검하곤 했다. 물론 그러고도 한참 후에야 비로소 옷에 돈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자기계발
자기 관리에는 비단 외모관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계발도 자기 관리에 포함된다. 과거의 나는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도 항상 '돈 생기면 배우지... 지금은 아니야..'라는 말로 내 욕심을 구석으로 밀어버렸다. 그런데 그렇게 미룬다고 그때가 오지 않는다. 공부든 무엇이든 최저가로 하는 것에 익숙했다. 항상 가성비를 따졌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렇게 살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나이는 먹는데 나는 제자리였다.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 나도 스트레스를 풀만한 취미 하나를 가져보고자 적은 돈으로 한 학원에 등록했다. 한 달에 15만 원 정도 했다. 그 정도면 나름 그래도 나를 위해 써볼 수 있는 돈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시작으로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나는 혼자 해도 잘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소위 말해 자기 주도적 인간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옆에서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으니 훨씬 더 재밌고 의지 있게 할 수가 있었다.
그다음에는 필라테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를 위한 투자가 조금 더 과감해진 것이다. 다행히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너무 즐겁게 운동할 수 있었다. 항상 혼자 했을 때는 재미도 없고 실패하던 운동이 누군가 옆에서 지도해주니까 너무 재밌었고 스스로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운동을 꾸준히 열심히 하는 나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이제 와서 깨달은 거지만 난 자기 주도적 인간이 아니었다. 나는 완벽한 학원형 인간이었던 것이다.
나를 위한 투자 : '나' 를 알아가는 과정
이제는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다. 물론 아직도 간이 콩알만 해서 돈이 많이 드는 일은 벌벌 떨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나아졌다. 여기서 낭비의 선을 넘지 않게 조심하면서 나를 위한 투자는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또 하나 나는 나에게 투자를 하고 이것저것들을 경험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있다. 그런 것들을 어릴 때 경험하면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환경이 되지 못했다면 어른이 되어서라도 스스로 많은 경험을 해봐야 한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말이다. 나는 남들보다 일찍부터 돈을 벌었다. 그래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내가 하고 싶은 경험들에 투자할 수 있었어서 좋았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나는 아주 늦은 나이에 취직해서 학자금 대출금을 다 갚고 중년이 되어서야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접 받는 사람이 되는 법
예쁜 옷을 입는 것, 자신을 꾸미고 화장을 하는 것, 머리를 하는 것, 이런 것들 모두 사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사치가 아니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을 대접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웃픈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사람들도 자신을 대접할 줄 아는 사람들을 대접해 준다. 이런 말이 있지 않나. 내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 왜냐면 자신을 홀대하는 사람들은 타인도 안다. 그러니 그들도 만만하게 보는 것이다. 사람마음이 그러면 안 되지만 그렇다.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은 매력적이지 않다. 그것보다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다.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기 전에 내면과 외면을 채우자. 이것이 선행되면 나머지는 결괏값으로 따라온다. 내가 나를 아껴줄수록, 내가 나를 관리하는 만큼 사람들도 나를 존중해주며 나를 아껴줄 것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