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기 전, 내 현 상황을 설명해야겠다. 현재의 나는 34주 6일을 지나가고 있는 만삭 임산부이며, 임신 시도 7년 만에 찾아온 사랑하는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캐나다에 온지는 벌써 10년, 2012년 28살의 나이에 혈혈단신으로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왔다가 지금의 신랑을 만나 앨버타주 에드먼턴 근교의 소도시에 정착해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기나긴 난임과, 유산과,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애지중지 뱃속에서 키워온 사랑하는 아이가 33주 초에 조산기가 와서 병원에 3박 4일 입원을 했다가 현재는 의사의 권고로 집에서 쉬고 있다. 물론 조금 일찍 태어나도 건강하게만 태어난다면 상관이 없지만, 보통 임신은 37주를 기준으로 "만출"이라고 여겨지고, 내게는 예상치 못한 5주간의 산전 휴가가 주어졌다.
여행을 좋아하고, 돌아다니기를 좋아하고 활동량이 많던 내게 갑자기 집에서 누워만 있으라는 의사의 주문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고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알차게 보낼까 고민하던 내게, 갑자기 불현듯 브런치가 떠올랐다. 작년에 한국에 방문했을 때 동생이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던 것을 알게 되었고, 이런 플랫폼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서 당시에 내 난임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계정을 만든 적이 있었다. 그리고 딱 글 두 개를 쓰고 나서 생활이 바빠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다.
5주라는 시간은 내 기나긴 난임과 임신의 여정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시간처럼 보였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마 바빠져서 글을 쓸 시간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으니 미리미리 쓰고 마무리를 지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스로가 결론이 해피엔딩임을 안대도, 7년간의 기나긴 난임과 유산 (특히 이 부분이 가장 가슴이 아프다)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게 여간 마음이 힘든 게 아니었다. 특히 유산편을 쓰는 지금은 글을 조금 쓰다 말고 예전 생각이 나서 울컥하고, 눈물을 흘리고, 글을 멈추게 되었다. 그렇다고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우울해지지 않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병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기존에 쓰는 난임 이야기 외에, 그냥 내가 캐나다에서 지난 10년간 살아온 이야기를 또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볼까 한다. 워킹홀리데이로 와서 남편을 만나 에드먼턴에 정착하기까지의 내 이야기는 제법 귀엽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캐나다 앨버타주의 아주아주 작은 시골에서의 우리의 알콩달콩하고 때로는 무모하기까지 했던 짧은 연애와 결혼 담은 10년이 지난 우리가 아직까지도 "우리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렸지?" 라며 헛웃음을 칠 정도로 무모하다.
기존에 쓰던 이야기가 약간은 우울하고 슬프고, 때로는 기쁜 이야기라면 이 이야기는 10년 전의 젊은 우리의 이야기이므로 젊고, 활기차고, 당돌하다. 그래서 쓰는 재미가 더 있을 것 같다. 현재의 나는 안타깝게도 더 이상 한국에서는 지낼 수 없을 정도로 캐나다에 아주 잘 적응하고 살고 있다. 하하. 그래서 한참 저쪽 글쓰기가 힘들어질 경우 이쪽으로 돌아와 예전 기억을 더듬어보려 한다. 지금도 소파 건너편에 우리 고양이와 함께 앉아있는 사랑하는 내 남편이 뱃살이 덜 나오고, 머리숱이 한참 더 많았던 그 시절 이야기,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