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리즘(Aphorism)이란, 일반적으로는 쉽게 생각해 내기 어려운 기발한 통찰이나 생각을 짧은 글로 표현하여 어떤 원리나 인생의 교훈을 간결하게 드러내는 말이다. 위대한 사상가에게서나 나올 법한 것이다. 그러니 범인(凡人)인 내 사고 영역 밖의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고작 생각해 낸 것은 ‘애들’이나 할 법한 수준이다. 그래서 ‘애phorism’이다.
회사에 다닐 때는 2월이 싫었다. 1월에 출발한 한 해가 2월쯤이면 막 가속도를 붙여 달려가야 할 중요한 시기인데, 2~3일이 줄어드는 것이 억울했다. 다음 달 월급날이 빨리 돌아오는 것보다 일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더 아쉬웠다. (이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은퇴하고 보니 2월은 무척 반가운 달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달 생활비가 2~3일 치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2월의 값어치는 다른 달보다 월등하다. 한편으로는 서글픈 일이다.
-시간의 상대성은 아인슈타인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충분히 체험된다.
저렴한 식당에서도 대개 삼겹살 150g에 15,000원 정도다. 높은 물가에 오래 시달려 익숙해진 탓인지 이제는 그 정도 가격이 그다지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을 1g에 100원이라고 바꿔 생각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1g은, 지금은 보기 힘든 알루미늄 1원짜리 동전 하나 정도의 무게이고, 우리 집 강아지 먹이 두 알 정도다. 그게 100원이라니…. 평소에 하찮게 여기던 100원의 무게감이 갑자기 크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고작 고기 한 점도 못 사는 100원짜리 동전이 전보다 더 초라하고 하찮게 보인다.
-가치는 불변이 아니라, 어떻게 쪼개 보고 비교하느냐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매겨진다.
길가 트럭에서 다코야키를 팔고 있다. 7개에 5,000원, 14개에 7,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보는 순간 머릿속이 잠시 헷갈린다. 계산해 보면 14개짜리는 한 개에 500원이다. 호두알만 한 다코야키 하나에 500원이라니, 결코 싼 값은 아니다. 그런데 두 메뉴를 나란히 보는 순간 7,000원짜리 메뉴가 싸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찌 된 일일까. 만약 7개 5,000원짜리 메뉴가 없고 14개 7,000원짜리 메뉴만 있다면, 꽤 비싸다고 느꼈을 것이다. 비교가 판단을 바꾸는 순간이다. 이것은 뇌의 착각이다. 이 가게 사장은 인간 두뇌의 인지적 착각을 잘 이용하고 있다. 아마 장사로 성공할 사람일 것이다.
-사람은 물건의 가치를 계산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비교해서 판단한다.
값어치가 없거나 아주 소소한 가치를 빗대어 ‘껌값’이라고 한다. ‘그 정도는 껌값이지.’와 같이 쓰는 말이다. 그런데 뜻밖의 작은 행운이 오거나 뜻하지 않았던 물건이 손에 들어오면 ‘껌 주웠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왜 그럴까. 껌이라는 소소한 물건이 왜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의미로 쓰일까. 껌의 값어치는 작고도 크다. 정확히는 상황이 그렇게 만든다.
-아무리 소소한 이득이라도 뜻하지 않게 얻은 것이라면 소중해진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라는 말처럼.
어느 금융기관에서 걸어 놓은 커다란 광고판이 눈길을 끈다. ‘예금 특판 6개월 3%, 12개월 2.6%.’ 보는 순간, 나라면 당연히 6개월짜리를 선택하겠다고 생각했다. 누가 어리석게 12개월짜리를 들까. 하지만 이는 6개월 3%가 실제로는 연 1.5%라는 사실을 잠시 잊은, 이재(理財)에 둔한 내 착각이었다. 그런데 같은 조건으로 다시 예치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결과는 또 달라진다. 100만 원을 6개월 3% 예금에 넣으면 1,015,000원, 이를 다시 6개월 3%에 예치하면 1,030,225원이 된다. 즉 두 번에 걸쳐 예금하면 1년 뒤에는 1,030,225원이 된다. 이는 100만 원을 12개월 2.6%에 한꺼번에 예금했을 때의 1,026,000원보다 이득이 크다. 결국 6개월 3%가 유리하다. 멍청한 내가 맞았다. 왜 이런 상품을 만들었을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숫자를 바라보는 우리는 자주 착각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앱테크’라는 말이 성하다. 짠한 마음이 들다가도 하나의 놀이 문화인가 싶다. 어느 통신회사는 수시로 쿠폰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한 달에 한 번은 현금과 같은 3,000원짜리 O이소 쿠폰을 뿌린다. 오늘 딸내미가 알려 주길래 시작 1분 후에 들어갔지만, 내 앞에 줄 선 사람만 3만여 명이었다. 5분쯤 기다려 접속되었으나 이미 쿠폰은 마감이었다. 왜 그리 아쉬울까.
조직 운영에서 자주 인용되는 사례가 있다. 3,000만 원짜리 자전거 보관대 설치 여부는 경영진이 회의를 여러 번 거쳐도 결정을 못 내리면서, 수백억 원짜리 투자는 단 한 번의 결단으로 끝낸다는 이야기다. 작은 것에 에너지를 쏟고 정작 큰 것에는 둔감해지는 조직을 비판하는 예화다. 하지만 인간의 눈과 두뇌는 본래 작은 것에 더 민감하다. 한 갑에 4,500원이나 하는 담배는 하루에 다 피워버리면서도, 500원짜리 라이터를 잃어버리면 무척 아깝다.
-사람은 눈앞의 소소한 이익과 손해에 더 예민하다. 값어치는 사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하찮아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