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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 열차에 울려 퍼진 바흐 <G선상의 아리아>





피난 열차에 울려 퍼진 바흐 <G선상의 아리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고향을 뒤로한 채 피난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로 빽빽이 들어찼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와 사람들의 아우성으로 달리는 열차 안은 공포 그 자체였다. 피난 열차 한 구석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한 청년이 축음기를 꺼내 음악을 틀었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음악소리에 이내 조용해졌다. 음악이 끝나자 한 노인이 음악을 한 번 더 들려 달라고 청년에게 요청했다. 열차의 소란을 잠재운 음악은 바흐 'G선상의 아리아'였다. 음악이 주는 위대함이란 무엇일까?


바흐 ‘G선상의 아리아’의 정식 제목은 <관현악 모음곡> 곡 중 3번의 두 번째 곡 ‘에어(air)’이다.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트 빌 헬미가 ‘에어(air)’를 독주용으로 편곡하였다. 바이올린의 현은 G(솔), D(레), A(라), E(미) 모두 네 줄로 이루어져 있다. 네 줄의 현 중 가장 굵고 저음인 G으로 연주하도록 편곡한 것이다. 이탈리어로 아리아(aria), 독일어는 아리어(Arie), 프랑스어는 에르(air), 영어로 에어(air)이다. 사람들에게 ‘에어(air)’ 대신 부르기 편한 ‘G선상의 아리아’로 불리게 되었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은 19세기 낭만주의 음악가 멘델스존에 의해 세상에 소개되었다. 바흐가 서거한 지 100년 만이었다. 독일 음악가 멘델스존은 라이프치히 게반트 하우스의 지휘자로 오케스트라를 통해 바흐의 곡을 자주 연주했다. 그중 <관현악 모음곡>을 무대에 올렸고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관현악 모음곡>은 바흐의 자필 악보가 분실되어 작곡 연대가 명확하지 않다. 바흐가 쾨텐의 레오폴트 대공을 위해 1717년에서 1720년 사이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한다.


바흐는 총 4곡의 <관현악 모음곡>을 작곡하였다. 모음곡은 바흐가 활동하던 바로크 시대에 유행하던 장르이다. 원어로는 ‘suite’로 '모음곡' 또는'조곡'이라 부른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은 프랑스풍의 여러 가지 춤곡을 모은 곡이다. 당시 바흐가 작곡한 <관현악 모음곡>의 최초 제목은 '서곡 모음곡'이었다. 네 곡 모두 첫 번째 악장에 서곡이 등장하고, 다른 악장에 비해 서곡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서곡'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어서 짧고 가벼운 춤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4곡의  <관현악 모음곡> 중 가장 알려진 작품은 3번 곡이다. 관현악 모음곡 3번에 들어있는 2번 곡 ‘에어(Air)’ 덕분이다.   제1곡은 프랑스풍의 웅장함이 느껴지는 ‘서곡(Overture)'이 등장한다. 이어서 제2곡 ‘아름다운 선율(Air)’이란 의미의 ‘에어(air)’가 나온다. 제3곡은 바로크의 화려함이 느껴지는 가보트이다. 제4곡은 프랑스 춤곡 부레, 제5곡은 영국 춤곡 지그로 되어있다. 악기 편성은 2개의 오보, 3개의 트럼펫과 팀파니, 2개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쳄발로가 등장한다.     


<관현악 모음곡>3번의 연주시간은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서곡이 7~8분 정도 소요된다. 그 외의 곡들은 대부분 5분 이내의 연주 시간을 갖는다. 제1곡 서곡은 스케일이 크고 프랑스풍 음악으로 그라베(느리고 장중하게) 시작한다. 트럼펫이 시작을 알리고, 마치 교향곡과 같은 웅장함이 느껴진다. 이어서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비바체(빠르게) 서로 주고받으며 표현한다. 마지막에 느린 템포로 그라베(장중하게) 다시 돌아온다. 느리고 웅대한 부분에서는 오보가 중요한 선율을 연주한다.


제2곡은 ‘G선상의 아리아’로 불리는 ‘에어(Air)’이다. 관악기의 연주 없이 현악기로만 부드럽게 연주한다. 제1바이올린이 유명한 선율 멜로디를 연주하고 제2바이올린은 대답하며 비올라가 사이에서 연주한다. 춤곡의 형태이지만 다른 곡에 비해 느린 박자를 가지고 있다. 빌헬미가 편곡한 곡과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제3곡 가보트는 템포가 빠르고 활기차다. 제4곡 부레는 템포가 빠른 프랑스 춤곡이다. 2개의 오보와 제1바이올린이 같은 선율을 함께 연주한다. 제5곡 지그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 유행한 영국 춤곡이다. 바이올린이 주체가 되어 연주되고 관악기는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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