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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세상 May 26. 2024

서툰 기도

병상에 누워계신 부모님이 지겨울 수 있을까요?

지칠 수는 있어도 지겨울 순 없습니.

징그러울 수도 없습니.

포기도 안 됩니.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됩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의 노력과 정성을 다하고 더 이상 할 게 없을 때까지 징그럽도록 할 일을 다해도 아쉬워야 합니.


내가 어떻게 사랑을 받고 어떻게 성장했으며 어떻게 지금이 나이가 되었으며.. 더 나이 들면 나도 당신과 같이 되어야 하므로.

결코 지치거나 징그럽다거나 지겨워질 수 없어야 합니.


돈이 들어가는 일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금 더 저렴한 곳을 찾습니다.. 나쁘다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요양병원을 서너 군데 전화 엄마의 상태를 일일이 설명하고 내방해 담당자와 다시 상담하고 병실을 꼼꼼히 둘러보고 가격을 절충합니.


그렇게 사랑으로 자라 지금처럼 성장했는데 꼴랑 이까짓 발품에 지칠 수 없습니.

지쳐서는 안 됩니.

나는 엄마 때문에 지친 게 아니라 형제난에 지친 것 같습니다.

막내라서 유별스런 것도 아닌 노릇입니다.

이만하면 된 거도 없습니.

그저 더 못함에 서러워야 하고 눈물겨워야 하고 가슴 먹먹해야 합니다.

실핏줄 터지듯 갈기갈기 터져버린 엄마의 피부처럼 내 마음도 조각나 파닥입니다.

적어도 나는 엄마한테 그러고 싶지 않습니.

아버지땐 몰랐습니다. 영원히 떠나보냄의 의미를.

그래서 더 마지막까지 정성스러움을 놓고 싶지 않은 까닭입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

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용 2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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