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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세상 Feb 04. 2024

담백한 톤의 시간 앞에서


막바지 찬바람도 시간의 흐름을 막지는 못하듯, 화사한 봄은 슬쩍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는 것처럼 보내야 할 계절도 빨리 놓아주는 것이 맞는 것이겠지요.


봄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과 나비들, 화사한 톤의 색감과 스카프, 하늘하늘 블라우스, 여성의 구두로부터 오지만, 우린 좀 더 천천히 담백한 시간을 준비해야 합니다.


‘누가 가장 영광 있게 사는 사람인가?

한 번도 실패함이 없이 나가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패할 때마다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다시 일어나는 데에 인간의 참된 영광이 있다. (골드스미스)‘


좋은 선배 밑에는 좋은 후배가 있습니다. 멋진 선배 아래는 멋진 후배가 있습니다. 낭만적인 선배 밑에는 낭만적인 후배가 있습니다. 실력 있는 선배 밑에는 청출어람 후배가 있습니다. 살갑게 챙겨주는 선배의 후배 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아름답게 남을 기억입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함께 어깨동무하며 만나 즐거울 수 있음은 역시 선후배라는 아름다운 라인 때문입니다. 선배의 잘못을 알고도 눈 질끈 감고 덮어주는 후배, 후배의 잘못을 넓은 아량으로 감싸주는 후배, 문득 아름답던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전화 한 통에 늦은 밤 말없이 술값을 계산해 주고 가는 선배의 아름다운 모습, 선배는 하늘이라며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서 도와주던 후배의 따스한 모습. 거기엔 계산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랑 그 이상을 넘은 진한 인간애입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한참을 흘러, 한 아이의 엄마아빠가 되었지만 역시 선배는 선배고 후배는 후배 인지라 아직도 선후배 만나는 자리에선 어렵지만 포근한 동료애가 느껴지는 건 비단 저뿐은 아니겠지요?


때로는 친구보다 더 친숙함으로 다가오는 하늘 같은 선배들의 진한 사랑이 내 안에 못되고 치졸하고 비뚤어지고 우유부단함마저도 아껴주고 인정해 주는 선배의 사랑이 지금 나를 여기까지 만들어 놓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삶의 재료가 되었고 토양이 되었으며 양식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비단 이뿐만이 아닙니다.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끈끈한 마음들이 얽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쯤으로 여기는 요즘의 세태에서, 내가 아니면 그만이라는 현재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우리가 이 시대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있는 내용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초월성을 가진 목표들의 새로운 터전을 발굴해 내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두레나 계처럼 공동체 문화가 앞서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사라진 공동체 의식은 우리의 마음마저 피폐하게 만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나만 잘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되는 사회야 말로 제대로 된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잠시의 잘못을 가지고 마녀 사냥하듯 몰아붙이면 어떤 이든 견딜 수 없는 고랑 속으로 빠져 들것입니다. 너무 몰아붙이기식의 변론은 하지 맙시다. 물론 잘못한 것이 상황이 바뀐다고 잘한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만 사랑으로 보듬어 줄 때 좀 더 밝은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그토록 관대한 우리가 어찌 공동체 속에서 아웅다웅 따지며 싸워야 하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일입니다.


존경받을 수 있는 선배, 아껴줄 수밖에 없는 후배. 조금 여유로운 마음으로 담백하게 시간을 거슬러 나를 뒤돌아보는 관대함이 필요합니다.


화사한 시간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펼쳐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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