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던 하루의 반짝임

평범함 일상

by SOL

고향을 찾을 때마다 마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서울로 상경한 지 다섯 달, 엄마의 서운한 목소리에 이끌려 내려온 집에서는 도착하자마자 잔소리가 시작된다.

옷은 왜 그렇게 입었냐, 얼굴이 핼쑥해 보인다, 살은 더 빼지 말아라.


걱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목소리는 늘 마음을 먼저 건드린다.


나는 습관처럼 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예전과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토요일이 되고, 엄마는 쇼핑을 가자고 한다.

내가 마음에 들어 하던 니트와 바지를 사주고,

쇼핑을 마친 뒤엔 이모를 만나 한참을 웃으며 수다를 떤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아주 소소한 하루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전에 고향에 왔을 때보다 훨씬 즐겁게 느껴졌다.

친구와 통화를 하다 보니 “오늘 텐션이 다르다”는 말을 듣는다.


그제야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가족의 온기를 꽤 오래 그리워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리고 엄마 역시, 나를 정말 보고 싶어 했던 거겠지.

자취를 시작하고 가족을 만날 수 있는 날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렇게 평탄하고 별일 없는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느끼게 된다.


이런 시간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축복이 아닐까.

오늘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았을까.

명확한 해답은 없지만,


아마도 오늘은 ‘온기’를 느낀 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마다 온기를 느끼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결국 그 시작은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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