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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Feb 20. 2024

무서운 수소 누설 테스트

High Pressure H2 leak test

드디어 모든 Commissioning 작업이 끝나고 원료가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원료가 들어오기 전 Commissioning 기간에는 할 수 없었던 마지막 작업이 남아 있었다. 바로 수소(H2)를 이용해 누설 테스트(Leak test)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왜 Commissioning 기간에는 할 수 없을까? Commissioning 기간에는 폭발할 수 있는 물질이 공장 내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수소는 자그마한 불꽃에도 바로 폭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Commissioning 기간에는 사용이 불가하다.

그럼 Commissioning 기간에 누설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왜 또 하는 것일까? 공기와 질소로 누설테스트를 진행해도 수소와 같이 작은 분자량을 가진 물질이 세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그 이유는 공기와 질소의 분자량은 각각 약 29와 28 그리고 수소는 분자량이 2이다.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공기와 질소가 통과하지 못하는 곳도 수소는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쉽게 생각해 분자량을 몸의 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조금한 바늘구멍을 통과하는데 덩치 큰 공기와 질소는 통과할 엄두도 못 내고 있는데 수소는 슝~ 하고 지나가버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소 누설 테스트는 중요한 작업 중 하나다.

수소가 지나다니는 부분을 P&ID에 표시하고 현장에서는 이 P&ID를 확인하여 끝부분의 밸브를 모두 잠갔다.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나고 수소가 들어가는 순간. 최고 압력이 약 160 bar까지 올라가는 곳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올리는 것이 아니고 스텝을 밟아 천천히 압력을 올렸다. 처음에는 40 bar 그다음에는 160 bar까지. 하지만 40 bar를 올리기도 전에 세는 부분이 나타났다. 혹시나 했던 우려가 역시나 현실로 다가왔다. 세지 않기를 바랐는데.(수심 1m 당 1 bar의 압력을 나타내니 160 bar 이면 수심 160m까지 내려가야 느낄 수 있는 압력이다. 아마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압력이다.)

가득 차 있던 수소를 질소로 밀어내어 Flare system (탄화수소를 태워 대기로 보내는 시스템)으로 보내 배관 안을 비웠다. 그래야 수리 작업을 시작할 수 있기에. 세는 부분을 열어보니 역시나 개스킷이 손상되어 있거나 플랜지 표면에 흠집이 나 있었다. 질소로 테스트했을 때도 많은 부분을 수리했는데 또다시 업체를 불러 수리를 해야 했다. 이번에는 질소로 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의 손상된 플랜지가 발견되었다. 스케줄 지연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40 bar 때 세는 부분의 수리를 마치고 멋지게 40 bar 누설 테스트를 통과한 후 160 bar를 향해 올라가는 도중 또 세는 곳이 나타났다. 압력이 올라갈수록 조금한 틈을 비집고 나오는 수소가 많아진 것이었다.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이 작업. 특히 고압의 수소가 Flare system에서 한꺼번에 태워져 stack(Flare system의 제일 마지막 굴뚝)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처음에는 지진이 난 줄 알고 엄청 놀랬다. 웅장한 소리와 함께 땅까지 흔들리니 사전에 이야기를 듣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었어도 무섭긴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이런 경험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으니까. 왜 수소가 그렇게 무서운지 몸소 알게 되었다. 특히 고압인 경우.

놀람을 진정시키고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무한반복. 세는 곳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몇 번을 반복했을까. 결국 160 bar까지 압력을 올렸고 세는 곳 없이 무사히 테스트를 통과했다. 역시 시간은 우리 편이었다. 마지막 수소를 제거하는 Stack에서의 고함소리가 어려웠던 일을 끝내고 환호성을 지르는 우리의 목소리 같았다.

이로써 원료를 받기 위한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다. 이제 더 이상의 준비 작업은 없었다. 공장을 돌리는 일만 남았다. 원료를 공급하기 전 마지막으로 발주처와 최종 미팅을 진행하고 일정을 조율했다. 진정한 시운전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처음에 언급한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 이제 바로 내 눈앞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서 빨리 시작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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