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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Feb 21. 2024

드디어 시운전이 시작되다

Cold Circulation

원료를 넣기 전 공장의 워밍업을 위해 생산품으로 공장의 일부분을 돌린다. 사람도 운동하기 전 몸풀기를 하듯이 공장도 마찬가지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원료를 넣어 문제가 발생하면 처리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라이센서를 통해 받은 Start up 절차서를 숙지하고 P&ID에 표시하였다. 어디에서 생산품을 받아, 어느 기기를 채우고, 어떤 펌프를 돌려야 할지 흐름를 파악해야 했다. 그래서 공장이 돌아갈 때는 쓰이지 않는 Start up 라인이 이 때는 아주 중요하다. 이 라인을 통해 생산품을 받으면 드디어 시운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업을 Cold Circulation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최소한의 열원으로 펌프를 통해서 생산품의 흐름을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처음으로 공장에 탄화수소(Hydrocarbon)이 들어오기 때문에 발주처와 우리 모두 긴장하면서 일을 진행했다. 탄화수소가 들어온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업 전에는 발주처와 많은 미팅을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언제 생산품을 공급할 수 있는지, 현장 준비는 모두 끝났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 많은 부분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순환 흐름을 위한 구역을 정할 때는 비슷한 유체가 흐르는 구역을 최대한 넣어 순환시킬 수 있게 흐름을 만든다. 이렇게 구역이 정해지면 Start up 라인을 통해 생산품을 기기에 채우고 펌프를 돌려 다음 기기를 채우게 된다. 중간에 흐름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압력이 필요한 구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질소를 충진해 압축기를 돌려 압력을 올려주었다. 하나하나 생산품이 통과하는 기기들을 늘려가며 최종적으로 생산품의 추가 유입없이 자체적으로 순환이 가능하면 Cold circulation이 완성된다. 순환되는 동안 회전기기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지 확인하고 계기들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체크한다. 그리고 생산품이 돌아다니는 곳인 만큼 세는 곳도 없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한다.

한 구역이 아무 문제없이 순환이 잘 되면 다른 구역의 Cold circulation을 시작한다. 내가 맡은 공정은 총 3가지의 생산품으로 3군데의 구역에서 Cold circulation을 진행했다.

정해진 순서대로 생산품이 채워지고 펌프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마다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제까지 해왔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고 문제가 있었던 부분을 통과했을 때는 더 짜릿했다. 운전실에서 진행과정을 확인하면서도 현장에 문제가 생기면 나가고, 현장과 운전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이런게 진짜 시운전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공장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 이제 시작이다. 그 시작인 Cold circulation. 공장에 숨을 불어 넣었으니 앞으로 공장이 잘 자라고 뛰어다닐 수 있게 만드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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