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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파파 Feb 26. 2024

모든 기계가 돌아가다

Hot Circulation

Cold circulation이 끝나고 원료를 받기 위한 마지막 작업을 진행했다. 바로 Hot circulation.


전체 공장의 운전 조건을 공장이 돌아갈 수 있게 최대한 맞추는 작업이다.

순환되고 있는 구역의 히터를 가동해 온도를 올리고 액체흐름만 있었던 공정에 기체의 흐름을 만들어 기계와 계기의 작동을 확인한다. 그리고 촉매가 채워져 있는 반응기의 온도를 올려 원료가 들어왔을 때 아무 문제 없이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상태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기계, 계기 자체만으로 테스트했던 것을 유체 또는 촉매와 함께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일은 없었다. 기계 자체 테스트 때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온도와 압력이 올라가면서 환경이 변했을 때의 테스트는 우리가 예상한 데로 흘러가지 않았다.

겨우 테스트 때 맞춰놓은 히터도 다시 가동하려고 하니 한 번에 불이 붙지 않았고, 배관에 촉매가 묻어 있는 것을 털어내기 위한 기계 장치에 스팀을 공급했을 때는 여기저기서 스팀이 새어 나왔다. 이렇게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계획했던 일들이 한순간의 재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다음에 할 일, 내일 할 일 등 모든 것들을 미뤄야 하기 때문이다. 히터처럼 예전에 문제 있었던 것들은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기 때문에 해결하기가 수월했다. 하지만 스팀을 공급해야 하는 기계는 처음으로 발생한 문제여서 기계 이곳저곳을 확인하느라 많은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문제 있는 부분이 발견된 것은 다행이었다. 실제 원료가 들어가고 공장이 돌아가고 있을 때 문제가 생겨버리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큰일이 발생하기 전에 작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제는 내가 맡은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바로 두 개의 시스템을 연결하는 작업. 촉매가 순환하는 시스템과 유체가 흘러 생산품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을 연결시키는 것이었다. 두 시스템이 안정화될 때까지 분리시켜 놓는데 그 분리시켜 놓았던 블라인드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이 작업은 위험하고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실제 작업 전에 몇 번이고 연습을 했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연습은 필수였다. 지름이 약 2m가 되는 무거운 블라인드를 뜨거운 기체가 가득 차있는 배관을 분리해 제거하고 배관을 다시 연결했다. 배관의 볼트와 너트를 풀고 그 사이로 뜨거운 기체가 나왔을 때 얼마나 조마조마하던지. 아직까지도 그 작업이 눈앞에 선하다.

블라인드 제거 작업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원료를 넣기 전까지의 모든 작업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폭발음이 들렸던 steam blowing, 하얀 가루가 쏟아져 내린 catalyst loading, 밤을 새우며 불을 붙였던 Heater Dry out 등 힘들었던 기억들이 추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원료가 들어가면 또 어떤 일들이 생길까? 바뀐 환경으로 인해 또다시 문제는 발생할 것이고 이것을 또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할까?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이젠 1분 1초도 안심할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부터 문제가 생기면 공장을 꺼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는 것이니. 더 신중히, 더 정확하게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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