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Commissioning 작업이 마무리 되어갈 무렵, 대형 크레인과 호퍼(V자형 용기)가 현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 장비와 작업자들은 점점 빠져나가고 있는데 반대로 대형 장비가 들어오다니.
Catalyst loading이란?
외부업체와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Catalyst loading (촉매충진)을 위한 장비였다. 대형 반응기에 유체의 반응을 도와주는 촉매를 채우는 작업이다. 수십 톤이나 되는 촉매를 장비를 이용해 반응기 안에 넣는 작업인데 이 작업도 전문업체를 이용해 진행한다.
몇십 미터 꼭대기에 위치한 반응기 입구에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호퍼를 설치했다. 아래에서 보고 있으면 저 멀리 조금한 인형이 움직이는 듯 보였다. 입구를 열어 호퍼를 고정시키고 본격적으로 Catalyst loading 작업을 시작했다. 크레인을 이용해 대형팩에 담겨있는 촉매를 위로 올려 호퍼를 통해 쏟아부었다. 몇십 개가 되는 촉매 주머니를 반복해서 올렸다 부었다 올렸다 부었다를 반복했다. 이 Catalyst loading 작업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이 반응기 안에 채워 넣기만 하면 되는 작업이었다.
가장 위험한 작업
하지만 다른 반응기에는 위험한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질소로 충진된 반응기 안에 촉매를 충진하는 작업이었다. 공기와 만나면 반응을 일으키는 촉매는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질소 분위기 하에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이 작업은 매우 위험한 작업이기에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가 진행해야 하며 전문작업자는 산소공급기를 착용하고 들어간다. 질소를 마시는 순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전관리자도 철저히 준비했고 작업 사항을 꼼꼼히 확인했다.
이렇게 모든 촉매충진 작업이 완료되는 줄 알았는데 웃지 못할 사고? 가 발생했다. 이송기계를 이용해 촉매를 저장호퍼에 옮기던 중에 촉매가 쏟아져 다 뒤집에 쓴 것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눈사람?
하얀 눈사람으로 변해버린, 보는 순간 어찌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누구지? 괜찮은 걸까? 몸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어쩌지? 잠깐이었지만 무수한 질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촉매를 뒤집어 쓴 작업자는 우리 회사 직원이었고 다행히 몸에도 이상이 없어 해프닝으로 끝낼 수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온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촉매충진 작업이 끝났다고 했는데 왜 아직도 작업이 남아있는 것일까? 대부분은 업체를 통해 촉매충진이 끝나면 더 이상 할 일이 없는데 내가 맡고 있는 공정에서는 계속해서 촉매를 주입시켜줘야 했다. 그래서 추후에도 촉매를 호퍼에 계속해서 저장해 놓은 것이었다.
Catalyst loading이 마무리되고 현장도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업체 차량과 기계들 그리고 대형 크레인까지. 쏟아졌던 촉매는 깨끗이 쓸어 담아 빈 드럼통에 넣었고 하얀 바닥은 물로 깨끗이 닦아냈다. 공장의 청소는 안전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깨끗함을 유지해야 한다.
이제 공장을 돌리기 위한 준비가 거의 다 끝나갔다. 앞으로는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