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 플랜트의 핵심은 회전기기이다. 전기, 계장, 배관 등 다른 공종들도 중요하지만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은 바로 회전기기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수리가 쉽지 않고, 가장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회전기기 관리
공사팀에서 회전기기를 설치한 이후에 우리 팀에서는 주기적으로 회전기기들을 관리한다. 공사팀도 관리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기기들을 돌려야 할 우리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해야 하는 작업은 바로 우리 몫이기에.
회전기기에 윤활유를 넣고, 손상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고, 회전 부분을 손으로 돌려본다(굳어 들러붙지 않게).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공사자재로 인해 손상을 입는 일이 다반사이고, 회전기기를 돌려볼 때까지 한참 남았기에 관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테스트 진행
드디어 공사가 끝나고 회전기기 테스트 할 때가 다가왔다. 특히 대형 압축기는 준비 작업이 너무 많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테스트 일정을 정하고 기기벤더(제작사)에게 전문가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었다. 그 이유는 복잡한 기기이기 때문에 전문가 입회하에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조치받기가 수월하다.
벤더와 일정 조율작업은 시운전팀에서 직접하지 않고 프로젝트팀에 일정을 알려주면 그 일정에 맞게 진행해 준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요청한 날짜에 딱 맞춰오기는 힘들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운전 팀은 실질적인 테스트 준비에 집중하고 벤더 일정 조율을 프로젝트 팀에서 진행해 준다.
벤더들의 일정을 조율하는 동안 우리 팀은 테스트 준비가 다 되었는지 확인했다. Lube oil flushing이 끝난 후 배관연결이 잘 끝났는지, 모터와 압축기의 연결이 끝났는지, 압축기를 돌릴 시스템 구성이 끝났는지 등을 확인했다. 특히 대형 압축기는 그 자체만 돌릴 수 없기 때문에 압축기를 통해 유체가 흐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해야 했다.
이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고 현장에 도착한 벤더와 함께 최종 점검을 했다. 중간중간 코멘트가 나왔지만 금방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테스트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진행된 테스트. 웅장한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압축기를 바라보며 그동안의 준비과정이 스쳐 지나갔다. 다른 작업을 할 때도 힘들었지만 이번 작업은 더욱더 잊히지가 않았다. 대형 압축기 앞에 대형 화이트보드를 가져와 압축기 테스트의 준비사항, 진행사항, 결과 등을 오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도 해주고, 벤더를 열심히 따라다니며 어느 부분을 확인하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조치하는지 꼼꼼히 살폈다. 모든 것들이 신기했고,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신이 났다.
회전기기 테스트(Mechanical Running Test)는 총 4시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가야 끝난다. 소음, 진동, 열 등 제작사가 설정해 놓은 수치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 특히 이 부분 중 한 곳이라도 수치가 넘어가게 되며 회전기기는 꺼진다. 바로 안전장치를 해놓은 것인데 중간중간 설치되어 있는 계기들이 지정해 놓은 수치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동으로 꺼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회전기기가 돌아가는 동안 계기 벤더도 함께 이러한 로직을 확인한다.
대형 압축기도 테스트 도중 몇 번이고 꺼지기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진동이 발생해 꺼졌고, 다음에는 열이 많이 발생해 꺼지기도 했다. 발생할 때마다 왜 이 문제 발생했는지 벤더와 함께 현장도 확인하고 DCS를 통해 운전되는 동안의 수치들도 확인해 보았다.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점은 기계 담당자, 계장 담당자, 시운전 엔지니어, 벤더 모두 다 같이 모여 미팅을 진행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취합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 다시 돌리기를 반복하니 드디어 4시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압축기가 잘 돌아갔다.
4시간이 지나고 압축기를 껐을 때의 느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해냈다는 성취감이 온몸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주변 사람들도, 매니저님도, 동료/후배들도 모두들 칭찬해 주니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이런 게 시운전이구나.' 시운전 엔지니어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