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물

by 루나

남들은

미국물 먹어 좋겠다 했다


찐 Dunkin 도넛츠가 있고

싼 망고가 있고

집집마다 아보카도 나무가 있어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겠다며

부러움을 샀던 이민길


하지만

이민 오자마자

일선으로 뛰어든 엄마


점심시간

Jack in the Box

얼굴만 한 햄버거를 들고

흑백요리사 심사위원처럼

입을 크게 벌려

한입

베어 물다

눈물이

또르르


그 이야기를 듣다

서러움이 차올라

나는 또

눈물을

또르르


그 눈물은

이렇게까지

입을 벌려야만

살 수 있었던

서러움


입을 벌려서까지
살아보겠다는
슬픈

안간힘


이민 초창기

엄마는 차가 없어

사장이 직접 데리러 와

함께 출근하던

그 길


창밖에서는

야자수가 흔들리고

빛은 바다 위에서

쪼개지며

아무 일 없다는 듯

웃고

영화에서만 보던

하필이면

화려한

말리부 비치


아이언맨이

절벽 위에 집을 짓고

마이클 잭슨의

별장이 남아 있던

그 말리부


엄마는

말을 줄이고

허리를 접고

오늘을 버는 쪽으로

몸을 더

접었겠지


모래는

맨발이 아니라

유리창 너머에 있었고

바다는

갈 수 없는 색으로

흔들리고

엄마는

그 풍경을 지나

아래로

더 아래로

일터로

내려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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