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사항

by 루나

새벽에 우연히 눈을 떴는데

남편이 허브차를 우렸으면 좋겠다.


툇마루에서 우리는

차를 마시고

새벽 안개를 마시고

바람 소리와 새 소리에

정을 마신다.


그리고

그곳은

‘효리네 민박’이 아니라

우리 집이면 좋겠다.


나는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그런 시간을 좋아한다.


그리고

Trader Joe’s 오픈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장 문을 열자마자

누구보다 먼저

입구에 놓인 싱싱한 피오니 한 다발을

장바구니에 담고 싶다.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한

그곳의 이른 아침을

나는 좋아한다.


카운터에 서 있는 사람은

과하지 않은 미소로

“I’ll double bag it for you.” 하고

종이봉투를 두 겹으로 담아주면 좋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길게 이어진 파인 트리 가로수 아래

라디오에서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가

흘러나오면 좋겠다.


그리고

어느새 하루가 흘러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밖에서 빗소리가 나면 좋겠다.


옆에서는

털 많은 강아지도 함께 일어났음 좋겠다.

고양이처럼 허리를 높이 늘려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나는 좋아한다.


그리고

아직

저녁밥 할 시간이

한참 멀었으면 좋겠다.


아주 옛날,

비가 오던 젊은 날에는

트루릴리전을 입고

단성사 술집에서

꼬치구이에 소주 한 잔이면

행복했었다.


이제 나는

노란 비옷을 입고

헌트 장화를 신고

비 오는 그로브 몰을 걷고 싶다.


이어피스에서는

60년대 가수 Lulu가

To Sir, With Love를 불렀으면 좋겠다.


파머스 마켓까지 걸어가는 길에

비바람에 얼굴이 젖어도 괜찮고

장화에 물이 차도 괜찮다.


그곳에서

수제 피넛버터 한 병을 사고

따뜻한 난로가 있는 처마 밑에서

뜨거운 Spanish Latte 한 잔을

마시면 좋겠다.


그리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트래픽 걱정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 비는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꼬리 흔드는 강아지가

나를 격하게 반겼으면 좋겠다.


나는

따뜻한 물과 향기로운 비누로

오래도록 샤워를 한 뒤

파자마를 입고

영화 한 편을 보면 좋겠다.


영화 About Time은

몇 번을 보아도

Il mondo가 흐르는

그 장면이 나는 좋다.


그때까지

비는

계속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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