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마음, 이번엔 비트로 말해본다
TWO TIMES, ONE HEART
Yeah. drop that beat~
Ye ye, 꿈에서는 아직 엘에이
팜츄리 흔들리는 프리웨이
더 노란 햇빛 말리부로 흘러
101 위를 달리면 심장도 흔들려
그리움은 버린 거 아냐, 품고 가는 거야
정착이란 말이야, 오늘을 사는 거야
Ye ye,
꿈에서는 아직 엘에이, dry한 공기
한인타운 낡은 간판도 선명히
눈 뜨면 한국 아침이, 고층 빌딩이
속도 대신 멈춤을 배우는 하루
나는 두 개의 시간을 동시에 살아
하나는 태평양, 하나는 지금 이 땅에 남아
정착은 goodbye가 아니야, no way
그리움을 안고도 .걷는 거야, okay.
인앤아웃, 킹타코, 소스묻혀,
거창한 재회는 필요 없어, 그걸로 충분해
사진 한장없이 그냥 돌아와,
아무일없다는 듯, 또 오늘을 살아.
Ye, mic down....
- 비트가 끝난 자리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다음 달이면 한국에 온 지 꼭 삼 년이 된다. 시간으로만 보면 ‘정착’이라는 말을 써도 어색하지 않을 텐데, 이상하게도 단잠을 자고 일어나 보면 꿈속의 배경은 늘 LA다.
조금 더 노랗던 햇빛,
쨍하고 건조한 들판,
101프리웨이를 달리면 차창 밖의 팜츄리,
무심하고 자유롭던 선셋 거리,
짙은 자외선에 반쯤 벗겨진 간판들이 유난히 거슬렸던 한인타운까지…
내 꿈에 자주 나오는 것들이다.
눈을 뜨면 고층 아파트의 한국 아침인데, 마음 한쪽은 여전히 태평양 쪽에 머물러 있다. 언제까지 그곳은 꿈의 배경으로 남아 있을까.
혹시 나는 그 시간을 정리하지 못한 채, 꿈이라는 안전한 저장소에 넣어두고 있는 건 아닐까. 돌아갈 수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선명해서 차마 떠나보내지 못한 기억들 말이다.
때로는 결론을 내린다. 언젠가 LA에 가게 되면, 내 삶의 한때였던 윌셔가와 올림픽대로를 한 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거창한 재회도, 영화 같은 귀환도 필요 없다. 그저 그곳에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추억은 그렇게 사소한 순간에도 다시 또렷이 살아나는 법이니까.
한편 지금의 나는 한국에서 전혀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연로하신 시어머니의 휘청거리는 걸음 옆에서, 기꺼이 지팡이가 되어 집 앞 트로트 축제로 향하던 날. 사람들 사이를 조심스레 지나며 한 발 한 발 속도를 맞췄다.
어머니는 진또베기가 나왔다고 아이처럼 박수치며 좋아하셨고, 나는 그 모습이 좋다. 지금의 나는 누군가의 걸음을 늦춰 함께 걷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늘 자식을 보호하던 부모는 노쇠한 몸으로 병원에 드나드는 날이 잦아지고, 이제 보호는 오히려 자식의 몫이 되었다. 나는 이제 앞서지도, 밀지도 않는다. 그저 같은 속도로 걷는다.
LA에서는 늘 다음 출구를 찾으며 달렸고,
지금은 멈춰 서도 괜찮은 이유를 배운다.
꿈은 여전히 LA지만, 나는 여기서 누군가와 발맞춰 걷는다. 그리움을 남긴 채 살아가는 것, 그게 정착일지도 모른다.
언제가 될까. 그곳에 가면 인앤아웃을 걸신들리듯 먹고, 입가에 묻은 소스와 기름기 밴 종이 포장지만 봐도 충분할 것이다.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은 채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올 수 있다면, 나도 꽤 괜찮은 정착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