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새벽
그때 친구 부부는 대륙횡단 중이었다.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를 오는 길이었다.
차 한 대에 짐은 가득,
낮에도 달리고,
밤에도 달렸다.
모텔이 보이면 자고,
다시 일어나 또 달렸다.
그리고, 어느 새벽이었다.
잔잔하게 시작된 비는
밤이 깊어질수록 점점 굵어지고 있었고,
프리웨이는 텅 비어 있었다.
남편은 운전 중이었고,
와이퍼는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친구는 뒷자리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깊이 잠들어 있었다.
한참 달리다 주유소가 보였다.
남편은
“여보, 기름도 넣고 화장실도 다녀와야 해.
지금 안 가면 엑시트 한참 없어.”
이불 속에서 친구가 웅얼거렸다.
“난 괜찮아… 당신만 다녀와…”
세상 어떤 일보다
잠이 더 중요했던 순간이었다.
남편은 차를 세우고 내렸다.
주유를 하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 사이.
이불 속에서 친구의 뇌가 천천히 깨어났다.
“…근데… 나도 가는 게 낫지 않나…”
친구는 내렸고,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몇 분 뒤.
나왔다.
차는… 없었다.
남편은 아내가 뒷자리에서 자고 있다고 믿은 채
그대로 30마일을 내달렸다.
그 사이 친구는.
새벽 세 시.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었다.
SOS를 보낼 방법도 없었다.
주위에는 사람도 없었다.
주저앉을 의자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자꾸 깜빡이는 가로등 하나.
빗물 고인 아스팔트.
그리고.
쏟아지는 비뿐.
친구는 얇은 티셔츠 차림이었다.
뭐라도 붙잡아야 할 것 같아서
양손을 팔짱 끼듯 붙잡았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상상력이 활발해졌다.
스릴러.
범죄물.
좀비물까지.
온갖 장르의 영화를 떠올렸다.
그렇게,
비 오는 새벽에 생존자마냥 서 있었다.
그때 친구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두 가지였다.
추워서 떨거나.
무서워서 더 떨거나.
그 순간의 공포는
대륙횡단보다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멀리서 헤드라이트가 보였다.
불빛이 점점 가까워졌다.
순간.
낯선 차일지.
남편일지.
확률은 정확히 5대 5.
결국 익숙한 자동차였다.
그제야 친구는 공포영화에서 빠져나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허허벌판에서.
믿고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남편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깨달았다고 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안전수칙은
‘출발 전, 뒷자리 육안 확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