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ameraman’이라는
오래된 무성영화가 있다.
우리 집에도
그 영화 속 주인공처럼,
묵묵히 카메라를 메고 살아온 사람이 있다.
내 남동생이다.
그저 카메라를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생의 대부분을 그 무거운 장비와 함께 살아온
방송국 카메라 기자다.
수십 년 동안
어깨 위에 철덩이 같은 카메라를 메고
현장을 따라다니며 산다.
오른쪽 어깨가 저리면 왼쪽으로 옮겨 메고,
왼쪽이 버티지 못하면 다시 오른쪽으로 넘기며
그렇게 하루를 버텨낸다.
그의 일터는 대부분 야외였고,
그곳은 늘 햇볕이 쏟아지는 캘리포니아다.
그 강한 빛 아래서
동생의 얼굴은 늘 검게 그을려 있다.
눈 밑에는
지워지지 않는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고,
그것은 피곤의 흔적이면서도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는 시간의 그림자 같았다.
사람들은 뉴스 속 앵커의 얼굴은 기억하지만,
그 화면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얼굴은 모른다.
내 동생은 늘
그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동생은
우리 엄마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랑이다.
저녁 9시가 되면
엄마의 하루는 자동으로 TV 앞으로 가신다.
동생이 화면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니었지만,
엄마는 아들이 화면 속 어딘가에 함께 있다고 믿으며
9시 뉴스를 누구보다 집중하신다.
뉴스가 끝나고
스태프들의 이름이 빠르게 지나가는데도
엄마는 그 많은 글자 속에서
귀신같이 동생의 이름을 찾아내신다.
그리고 그 이름 세 글자를 발견하는 순간,
마치 TV 화면에 아들의 얼굴이 직접 나온 것처럼
기뻐하신다.
엄마에게 뉴스란
세상의 소식을 듣는 시간이 아니라,
오늘도 아들이
햇볕 아래서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무사히 하루를 버텨냈다는 것을
확인하고 마음을 놓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