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

그날의 김은 아직 식지 않았다

by 루나

처음에는 몰랐다.

어머니가 사우나를 가자고 하시는 이유를.


요즘 어머니는

동네 목욕탕이 아니라

꼭 사우나에 가자고 하신다.

찜질방도 들어가고

때마사지도 받고싶다고 하신다.


사실 예전의 어머니는 그런 분이 아니었다.

남의 손에 몸을 맡기는 일은 사치라 여기셨고,

내 몸은 내가 씻으면 된다던 분이었다.

자식들은 그런것들을 누려도

당신을 위한것은 한푼이라도 아끼셨다.


그런데 어느 날,

미국에서 온 딸이 늘 간다는 사우나에 모시고 가

처음으로 때마사지를 해드렸다.

그곳은 강남이었다.

다른곳보다 가격은 비싸도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그날 이후 어머니는 갑자기 때마사지를 정기적으로 받는 사람이 되셨다.

딸은 미국으로 떠났는데

때마사지를 받을때가 됬으니

나를 붙잡고 거기를 가자고 하신다.


아마도

어머니가 바라신 것은

때를 밀어 매끈해진 피부가 아니라

딸과 그날의 기분이었을 것이다.


몽글몽글 올라오는

따뜻한 물기 어린 김 속에서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풀어지던 평온함,

나란히 누워 있던 시간,


어머니도, 그 딸도

원래 다정한 성격은 아니지만

그날만큼은 서로의 건강을 걱정하며

뜨겁지 않냐, 어지럽지 않냐

같은 말을 수십 번 되풀이하시던 어머니,


혹시 넘어지실까

팔짱을 꼭 끼고 놓지 않던 딸.


때를 밀어주는 낯선 사람과도

금세 말을 트고 인생사를 나눌 수 있는

그 연륜만의 특권 덕분에,


어머니는 그날

아이처럼 웃고,

아이처럼 떠드셨다.


딸과 함께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좋았던 시간,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는 시간,

그저 편안히 누워 있어도 괜찮았던 시간.


말그대로 어머니는

때를 밀러 가자는게 아니다.

그날처럼 다시 한번,

그 시간 속에 들어가 보자는 마음으로

나를 자꾸만 조르시는 것 같다.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것은

완벽히 같은 하루가 아니라,

그 시간을 떠올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따뜻한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알것같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며느리이기 전에

누군가의 딸이 되어,

어머니와 함께

그곳으로

추억을 씻으러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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