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교류일까, 관람일까
한 영상에서 소개된 화법 이야기를 떠올리며
나는솔로 30기를 보게 됐다.
예전에 ‘어떤 주제든 결국 자기 이야기로 귀결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유명한 노래 가사처럼, ‘나~ 이런 사람이야~’
질문을 던지는 것도,
화두를 꺼내는 것도
모두 나를 증명하는 방향으로 빌드업이 되는 화법.
영자는 트렌드를 쫓는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나는 아니다’라는 쪽으로 반응한다.
가방은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비닐봉지에도 들고 다닐 수 있다고 말한다.
여행을 이야기할 때는
좋은 호텔을 따지지 않고,
숙소를 예약하지 않은 채 떠난다고 한다.
그리고 스리랑카 이야기를 여러 번 꺼내는데
그곳의 문화나 분위기, 볼거리 같은
보편적인 여행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엄청 많았고,
닭장 같은 기차를 탔고,
툭툭이를 직접 몰았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반면 영식이 프라하와 로마를 이야기할 때는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공유한다.
영식은 경험을 이야기하고,
영자는 자신의 캐릭터를 강조한다.
취미든 여행 스타일이든
결국 메시지는 하나로 귀결된다.
나는 일반적인 흐름을 따르는,
약하고 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이런 대화를 듣다 보면
묘하게 이런 구도가 생긴다.
특별한 너에 비해 평범한 나,
독립적인 너에 비해 의존적인 나,
흐름을 거스르는 너에 비해 유행을 따르는 나.
노골적인 자랑도 아니고
직접적인 비교도 아닌데
은근히 이런 대비가 만들어진다.
나는 이런 부분을 꽤 빨리 눈치채는 편이다.
사람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보다,
왜 그렇게 말하고 있는지를 먼저 읽게 된다.
그게 장점일 때도 있지만,
사실 많이 피곤하다.
상대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어떤 반응을 듣고 싶은지 알게 되면
대개 그에 맞춰 주게 되기 때문이다.
“우와, 대박. 진짜로?”
그리고 더 물어보며 충분히 리액션을 해줬겠지만,
그 이후로는 티 나지 않게
조금 거리를 두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시선으로 대화를 듣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살아온 환경이나 추구하는 바가 다를 수는 있지만,
대화라는 건
나도 드러나고 너도 드러나고,
내가 궁금해하는 만큼
너도 나를 궁금해해 주는 과정에서
재미가 생긴다.
하지만 계속해서
'나는 좀 달라'라는 방향으로 흐르는 대화는
교류라기보다는 관람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상대는 리액션을 담당하는 사람이 되고,
그 순간부터 대화는 피로해진다.
영자는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다.
외모도, 능력도,
반전 요소도 많다.
어쩌면 그동안 연애가 잘되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의 매력 부족이 아니라
그 매력이 드러나는 방식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특별한 사람은 많다.
하지만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리고 문득,
나는 사람의 화법을 읽는 데는 익숙하지만
정작 내 대화의 온도는
얼마나 돌아보며 살아왔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