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우리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던 새벽이 있었다. 시동생이 거기서 학위를 받던 시절, 거의 매주 어둠을 가르며 길을 나섰다.
아직 동도 트기 전, 깜깜한 프리웨이에 오른다. 세상은 고요하고, 어디쯤 달리고 있다 보면 멀리서 노랗게 빛나는 ‘M’자가 보인다.
그 커다란 아치를 보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가 커피 한 잔을 시켜 마시고, 화장실을 빌린 뒤 다시 길 위로 올라선다.
차창 밖으로는 끝없이 이어지는 지평선과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들, 그리고 어느 순간 스쳐 지나가는 바다의 빛이 있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하늘이 아주 천천히 밝아지고, 동이 트기 직전이 된다.
우리는 Harris Ranch 인근에서 내려, 식상하지만 익숙한 Denny's에서 아침을 먹는다. 문을 여는 순간, 고소한 커피 향이 먼저 우리를 맞는다.
그 위로 잉글리시 머핀과 토스트의 고소함, 오믈렛을 굽는 따뜻한 기름 향이 겹겹이 얹힌다. 조금 부끄럽지만, 나는 꼭 이런 데서 마음이 들뜬다.
포크와 나이프가 부딪히는 소리, 접시가 스치는 소리,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굿모닝’이 그 들뜬 마음을 더한다.
그곳에는 늘 ‘Sarah’라는 명찰을 단 웨이트리스가 있다.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스페니쉬지만, 금발 머리에 단정하게 다린 앞치마를 하고 있다.
우리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그녀는 주전자째 커피를 따라 준다. 머그잔이 비기도 전에 한 번 더 채워 준다. 말보다 손이 빠르다.
그녀의 손은 햇빛에 그을린 듯 짙은 색을 띠고 있고, 팔에 난 털은 옅은 갈색이다. 그런데 커피를 따르는 움직임은 놀랄 만큼 부드럽다. 그 손길에는 특별한 친절이라기보다는, 매번 똑같이 이어지는 익숙한 리듬이 있다.
마치 누구에게나 같은 방식으로, 같은 속도로, 같은 온도로 다가가는 사람처럼. 우리에게만 유난히 잘해 주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변함없는 태도는 오히려 더 편안함을 준다.
그리고 손바닥만 한 노트를 꺼내 익숙한 질문을 이어간다. 계란은 어떻게 줄까, 감자는 어떻게 할까, 샐러드는 어떤 드레싱으로?
우리는 늘 같은 걸 시킨다. Grand Slam Breakfast. 고민할 필요가 없고, 그냥 다 나온다.
고개를 끄덕이면 사라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으로 ‘오케이, 그거 맞지?’ 하면 ‘맞아, 우리는 평생 그거만 먹어’ 우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 선택을 반복한다.
사라는 조용하지만 빠른 걸음으로 무거운 접시들을 들고 와, 신기하게도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우리 앞에 내려놓는다.
우리는 그곳에서 따뜻한 냄새를 맡고, 친절을 누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가끔 이유 없이,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던 그 새벽을 다시 맞이하고 싶다. 그 길 위에서 마주했던 커피 향과 사라의 손길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