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아침 루틴

(이라고 쓰고, 버티는 법이라고 읽는다)

by 루나


7:00 AM


* 화장실+보리차


눈을 뜬다.

오늘도 하루가 시작됐다.


화장실로 간다.

이 시간의 성패는 여기서 갈린다.


오늘도 성공이다.

이게 안 되는 날은 하루가 꼬인다.


시원하게 몸을 비워내고, 양치를 한다.

마지막은 소금물로 입안을 헹군다. 윽, 짜다.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부엌으로 가서 보리차를 한 솥 끓인다.

하루 최소 2리터 물 섭취가 힘든 나는 이 방법을 찾았다.

보온병에 넣고 종일 따뜻한 물을 마신다.


7:30 AM


* 광합성 + 장운동 + 독서


햇볕이 드는 거실로 나간다.

사람도 식물처럼 빛이 필요하다.

특히 나 같은 수면 불량자에게는 필수다.


가만히 빛을 받다 보면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

‘이거 너 가져.’

햇살은 약이다.


몸이 적당히 따뜻해지면

바닥에 엎드려 배꼽 아래에 폼롤러를 댄다.

장을 깨우는 데 이만한 것도 없다.


그 상태로 브런치를 읽는다.

자, 오늘은 어떤 작품이 올라왔나...

장은 눌리고, 마음은 열리는 중이다.

몸과 마음을 동시에 깨우는 시간이다.


8:00 AM


* 산책 + 묵주기도


집에서는 볼일을 못 보는 늙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

서로 비슷한 처지 같아 동질감이 든다.

둘 다 마음대로 안 되는 몸을 가지고 있다.


나는 마스크를 쓰고 오늘의 묵주기도를 바친다.

겉으로는 산책, 속으로는 성당이다.


이제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맨발 걷기를 해볼 생각이다.

발은 흙을 밟고, 마음은 부산 해운대에 닿을것이다.


9:30 AM


* 운동 + 시청


공복운동을 위해 헬스장으로 내려간다.


‘천국의 계단’은 늘 만석이다.

자리가 보이면 일단 올라타야 한다.

오늘도 겨우 한 자리를 잡아 땀을 내 본다.


러닝머신으로 자리를 옮겨

휴대폰으로 ‘쇼미더머니’를 틀어놓는다.

나는 끝까지 시청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숄더 프레스 머신에 앉아

오늘의 컨디션을 가늠한다.


생존형 운동은 늘 슬프다. 어쩌면, 공복 탓일지도.


10:30 AM


* 아침 식사


샐러드, 요거트, 계란, 토마토... 클린한 식단이라고 자부하면서 건강한 척 해본다.


큰숫자로 24그램이라고 써있는

달달한 단백질 바 하나를 쓱 뜯는다.

사실, 디저트다.


11:00 AM


* 요가


유튜브 요가 선생님은 늘 평온하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그 표정마저 고요하다.


나는 그 평온을 따라잡느라 바쁘다.

호흡보다 표정이 먼저 무너진다.


이렇게 오운완…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


건강한 백수로 살아남기 위해,
남은 자존감이라도 지키기 위해
이 루틴으로 오전을 보낸다.

멀티로 살아야 하는 시대라기에
이렇게라도 해야
그럭저럭 나를 살리는 아침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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