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의 계단 복도
햇살을 독차지한
동백이다
겨울이 깊어지면
추울까 하여
아버지는 무거운 나를
집 안으로 들여오신다
영차
봄기운이 돌아오면
다시 나는
이 집에서 가장 햇살 좋은 자리로
다시 영차
비록
서울의 창밖에는
산도 없고
논도 없고
바람이 길게 달리던 들판도 없다
건물 사이로
조각난 하늘과 미세먼지만 흐른다
아버지는
이 집에서 가장 볕 좋고
거리가 시원하게 보이는 곳에
나를 머물게 하신다
그리고
계단을 오르내리실 때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오늘 또 한 송이가 피었는지
어제보다 더 붉어졌는지
내 꽃잎을
가만히 들여다보신다
동백이 곱다
그 말 한마디가
햇살처럼
내 꽃잎 위에 내려앉는다
아버지의 눈길이
가끔 더 먼 곳으로 흐른다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바람이 먼저 지나가던 들판
햇살이 오래 머물던 마당
그리고
끝없이 열려 있던 시골 하늘
나는
그곳을 본 적 없지만
넓은 들을 두고 온 마음이
어떤 바람인지 알것같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붉게 피어
서울의 계단 복도에서
아버지의 그리움 곁에서 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