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자다 - 두 번째 기록
사순절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나는 판공성사를 보기 위해 주보를 다시 확인했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손님 신부님들이 주관한다고 쓰여 있었다.
볼일을 보고 출발했지만, 아무리 늦어도 8시30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정도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내 예상대로 8시30분에 성당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은 이미 닫혀 있었고 안은 캄캄했다.
아래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어 내려가 물었다.
몇 분이 남아 있었고, 그중 한 분이 말했다.
“신자들이 많이 안 오셔서 8시에 다 끝났어요.
손님 신부님들도 다 가셨고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나는 당연히 신부님들이 9시까지는 남아 마지막 한 사람이라도 사순판공을 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실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 믿음이 너무 당연해서 의심해본 적도 없었다.
화가 났다. 아, 그럼 주보에 8시까지라고 했어야지...
서울성당은 정말 나와 맞지 않는 곳인가.
사실...
나는 얼마 전, 드디어 서울성당으로 전입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몇 번이나 퇴짜를 맞고 나서야 겨우 교적을 옮길 수 있었다.
결국 빛바랜 첫영성체 사진 한 장을 신부님께 내밀며 나를 증명했다. 미사포를 쓰고 흰 드레스를 입은 채 뾰로통한 얼굴로 촛불을 들고 서 있던 어린 나는
‘나 진짜 신자 맞다고!’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행히, 내가 우려하던, 권위로 누르는 사제가 아니었다. 나의 긴 설명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전입을 허락해주셨다.
어렵게 전입해낸 나의 끈질김으로, 나는 신부님의 동의와 상관없이 스스로 뿌듯했다.
전입이 완료되자 마침내 나는 서울성당의 신자가 되었고, 구역도 이미 정해졌다고 했다.
이제 드디어 남들처럼 교무금도 내고, 작은 봉사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뻤다.
“아침 미사 15분 전에 오시면 구역장님을 만나실 수 있어요.”
구역이라니,
이제 소속감도 생기겠구나 싶었다. 내 삶에 작은 활기가 돌기를 기대했다.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준비하며 아침미사에 30분이나 일찍 도착해 기다렸다.
그런데...
구역장은 나타나지 않았고, 나와의 만남을 깜빡 잊어버렸다고 전해 들었다.
서울성당...
나한테 왜 이러지.
나의 신앙은 그대로인데, 왜 사람들 사이에서 자꾸 길을 잃는 걸까.
나는 분명 모태신자로 유아영세를 받았는데도
그걸 제대로 증명하지 못해 애를 먹었고,
여전히 성사를 기다리는 사람이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맞춰 나오는 사람인데, 이곳에서는 그 마음이 자꾸 밀려난다.
하지만 이미 이곳의 신자가 되었고,
어렵게 교적을 옮겨온 성당이다.
여전히 나는 신앙 안에서도 낯선 사람처럼 서 있다.
첫인상이 밑바닥인 만큼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믿어보고 싶다.
사순절이라는 건,
이런 일들을 겪으며
나를 돌아보라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의 이 마음도,
돌아보라는 신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