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은 공공의 적이다.
문제는, 그 적을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
참으로 아픈 사랑이 아닐 수 없다.
선을 딱 그어놓고
여기까지야, 하며 밀어내 보지만
이루어지지 말아야 할 사랑일수록
더 끌리는 법이다.
내 눈에 띄지 말라고
그렇게 다짐해놓고도,
어느새 또 헛수고를 한다.
SNS에서 난리 난 빵집을 찾아보고
빵집 순례 코스를 짜고 있다.
나는 원래 뭐든 적당히 즐기고,
조금은 허용하자는 성향이다.
그 결과로 복부비만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다시 시작하면 되지,
의지박약을 또 믿는다.
그러다 보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 고개를 든다.
일단 태생이 본디 기본 범주를 벗어난
통짜 몸에 저주받은 하체라,
아무리 살을 싹 빼고 새까맣게 태워서
‘이효리 느낌 나겠지’ 하고 보면
거울 속엔 박세리다.
예전에 한의사에게 물은 적이 있다.
밥맛 없애주는 침 없나요?
한의사는 귀에 조그만 침 몇 개를 박아주며
식욕이 올라올 때마다 눌러보라 했다.
결론은...
귀만 아팠다.
역시 사람은
남의 힘이 아니라
내 의지로 살아야 한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새벽미사를 보던가,
아침수영을 하던가,
이른 아침에 마켓을 가던가,
하루 일을 오전에 끝내놓는 걸 좋아한다.
문제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왕창 잡아먹고
결국 타조가 되었다는 슬픈 전설.
밀가루도 끊고,
설탕도 끊고,
이제는...
일찍 일어나는 것조차 끊어야 하나.
여기까지는
내 나이 한창일 때,
피골이 상접하기를 소망하던 시절이다.
그러나 십수 년이 지나서야,
날씬함을 쫓는 동안
건강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는 체중계에 목매지 않는다.
아니, 버렸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아침 채소 식단이다.
어느덧 1년째 지키고 있다.
오늘도 애써 외면하고 싶은
저 아작아작 씹히는 당근과
메마른 풀떼기들과
심심한 단백질에게
정을 붙여보려 애쓴다.
의지가 박약한 나에게
1년은 제법 긴 세월이다.
물론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
이제는 날씬함보다
덜 아픈 몸,
덜 무거운 마음,
무너지지 않고 지나가는 하루가 더 중요하다는 것.
미용보다 체력이 먼저라는 것.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끊는 것이 아니라
덜 무너지면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잘 나가는 빵집 앞에서
또 줄을 설지도 모른다.
PS. 박세리님,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