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제빵학교 이야기

by 이 범수


현재 대한민국은 60년대 보릿고개와 80년대 민주화 항쟁을 넘어 세계의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소위 2차 대전 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만들어낸 강대국이 되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밤이나 낮이나 가고 싶은 곳이면 언제나 갈 수 있는 안전한 나라다. 단 한 가지, 신문만 펼치면 보도되는 부정부패 이야기들이다. 특히 지식인, 권력자의 지능적 부정부패, 도덕 불감증 등, 마치 모든 삶의 목표가 물욕이 되어버린 듯한 이야기가 매일 매일 지면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말 선진국이 되고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것 같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암울해진다. 옛날에는 몰랐는데 정보통신이 발달하여 많이 들려와서일까. 그러면 좋겠지만 어느 분이 5000년 단군의 역사에서 배고픔을 잊고 살아가는 것은 한 세대로서 끝날 것이라고 하는 외침에 두려움이 엄습한다.

하이칼라의 권력형 비리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원인이 무엇인가를 혼자 깊이 생각해본다. 그리고 남의 나라 이야기를 가져와 본다. 몽마르트 언덕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물랭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호텔이 있다. 물랭 호텔 사장께서 파리 관광을 오는 한국인들을 위한 소책자를 만든 것이 있다. 책의 제목은 “파리를 하루 만에 구경하는 법”으로 50페이지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책에 보면 프랑스의 음식 문화가 왜 유명한지에 대하여 기록되어 있는데 그것은 프랑스의 교육제도에서 기인한다고 적고 있다. 프랑스의 요리학교는 사관학교식으로 모든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교육받는다고 한다. 제빵학교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실습을 시작한다. 프랑스 제빵학교에서는 제빵 기술만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제빵사를 직업으로 선택 했으면 평생 새벽에 일어나서 빵을 구워야 아침 식탁에 따뜻한 빵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제빵사로 가져야 할 숙명적인 직업윤리를 함께 몸에 배도록 교육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웨이터 학교는 자정에 실습이 끝난다고 한다. 웨이터는 손님이 모두 떠나고 뒷정리를 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웨이터가 가져야 할 숙명적인 삶의 체험을 함께 가르친다고도 적었다. 이 글을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되는 한 장면이 있다. 88 서울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많은 행사를 치렀다. 그중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고 의아했던 한 장면이 서울 마라톤 경기에 참여한 한 프랑스 웨이터 출신의 마라토너가 접시를 손에 들고 마라톤을 하는 것이었다. 나에게 웨이터는 학창 시절 잠깐 아르바이트로 하는 일쯤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자기의 직업에 대한 큰 자부심에 의아함을 가졌다. 그런데 이 글을 읽고 그 마라토너는 웨이터로서의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얼마나 강하게 가지고 살아가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의 교육제도와 비교하였다. 우리는 아침 9시에 등교하여 제빵 기술을 익히는 수업과 실습을 하고 3~4시면 하교하여 친구들과 열심히 뛰어논다. 이렇게 교육받은 학생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목표가 바뀔 수 있다. 졸업할 때는 가장 큰 목표가 제빵 공장이나 빵 가게에 취직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중견 사원이 되면 목표가 바뀐다. 빨리 고참이 되어 빵 맛이나 보고 강평이나 하는 감독자가 되겠다고. 그리고 드디어 감독자가 된다. 그러면 또 목표가 바뀐다. 창업하여 돈이나 많이 벌고 골프를 치면서 즐겁게 살자고. 물론 과장된 비약이지만 우리는 직업윤리에 대하여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기계공학을 대학에서 전공한 나도 물욕을 쫓는 나의 학문적인 지식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것인가는 1%의 생각도 없이 지식으로 물욕만 추구하는 기계 기능공이 된 것은 아닌가 한다. 우리는 배움을, 남에게 널리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닌 개인의 물욕을 이루는 수단으로만 활용한 것은 아닌가하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법학대학에서는 법을 이용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법률기술자, 의과대학에서는 인술이 아닌 의료기술자들만 만들어내는데 충실한 것은 아닌지. 진정으로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매일 몸소 실천하자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의료인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인류와 나라를 위하여 어떤 기여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대해 가르치는 일은 소홀함이 없었는지, 저자는 한 시간 만에 읽은 파리 구경하는 법이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끼는 감정은 며칠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