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이야기

by 이 범수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자고 맹세하고 결혼했는데, 우리 집 부부도 간혹 부부싸움을 한다. 요즈음은 결혼식의 문화도 많이 달라졌고 각자 개성 있는 결혼식이 많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결혼식의 문화는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많은 일가친지 및 지인들이 결혼식에 참석하면 꼭 귀담아듣는 것이 주례사이다. 보통 주례는 사회적으로 덕망이 있는 분들이 맡아서 하고 그분들의 수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좋은 말씀을 들려준다.

수많은 주례사 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말씀이 있다. 올해 결혼 한 나의 여식과 사위 될 사람에게도 이 이야기는 꼭 전하고 싶어서 결혼식 축사로 했던 이야기이다. 소설가 김홍신 님의 주례사이다.

“마음이 변하지 마라. 모든 갈등은 마음이 변해서 발생한다. 뜨겁게 연애하던 시절 한 사람이 실수로 커피를 쏟았다. 그러면 깜짝 놀라서 어디 다친 곳 없냐고 묻는다. 그리고는 커피에 피부가 데지 않았나를 걱정하고 얼른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것이 보통의 사람이다.그런데 이런 연인이 결혼하고 자녀를 한둘 낳고 나이가 들면 달라진다는 것이다. 결혼 생활이 한참 되던 어느 날 또 뜨거운 커피를 쏟았는데 상대방의 반응이 달라졌다. 어디 다쳤는지에 대한 걱정보다는 칠칠하지 못하게 조심성 없이 커피나 쏟는다고 핀잔을 주는 부부가 많다고 한다. 똑같이 쏟은 커피인데 결국 변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많은 사람이 연애 시절보다 결혼 후에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은 마음이 변해서라는 것이다”.

각설하고 우리 부부가 주로 부부싸움을 했던 것은 주로 두 가지의 원인이었다. 그중 하나가 자녀들의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자녀 교육에 관한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었다. 나는 아이들은 그냥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놀게 놔두자. 그러면서 본인들이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 일을 하도록 하자. 이것저것 부모들이 통제하여 자율성이 없어지고 부모들의 눈치를 보는 아이들이 되지 않도록 하자. 그래서 집안 물건을 부수어도 사고를 쳐도 꾸중하지 말고 자유분방하게 성장을 하도록 하자. 그래야 본인들 스스로 판단의 능력이 생기고 때로는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집사람을 설득하기 위하여 나의 초등학교 동창들까지 소환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고 중년이 되면서 옛 생각이 그리워졌다. 초등학교 동창들이 하나둘 연락이 되고 동창회가 소집되었다. 매년 꽃피는 봄날에 고향 마을의 물 좋고 공기 좋은 계곡의 펜션에 모였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놀던 추억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 살아가는 이야기로 긴 밤을 지새운다. 뜻하지 않은 코로나의 재앙으로 지난해와 올해는 이 모임도 못 했는데 제발 내년에는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나는 이 동창회에서 어릴 때 친구들의 모습과 그들의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에서 묘한 것을 발견했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착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란 친구들이 많이 나타났다. 대부분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굴곡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간혹 학교 다닐 때 허구한 날 사고치고 선생님에게 불려 가 두들겨 맞던 친구들도 나타난다, 그런데 이런 친구 중에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서 오는 친구들이 있다. 이런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이런 해석을 한다, 학교 다닐 때 착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은 친구들은 어른들이 원하는 행동을 많이 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선생님에게 자주 꾸중을 듣고 시고를 많이 친 친구들은 어른들이 원하는 행동만 한 것이 아니고 나름대로 도전했는데 그것이 어른들의 가치관 밖의 행동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에서 꾸중도 듣고 사고도 치면서 작은 난관이지만 극복하는 힘을 배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도전이 두려워서 평생을 남의 사업에 충실한 월급 생활자로 살아왔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은 분방하게 도전하고 실패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집사람은 아니다. 착한 행동만 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로 종종 다투는데 또 두 사람 모두 고집이 있어 사소한 언쟁이 때로는 큰 싸움으로 번지곤 했다. 아이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만들어 주고자 시작한 대화가 어른들의 싸움으로 커져서 오히려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와 본인들로 인하여 부모들이 싸움하니 더욱더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준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해보았다. 냉장고에 월간 달력을 두 개 붙여 놓았다, 하나는 길상의 것이고 하나는 남경의 것이다. 그리고 마트에 가서 노란 스티커와 파란 스티커를 샀다. 아이들이 칭찬받을 일을 하던가 책을 한 권 읽으면 파란 스티커를 하나 붙이고 어른들이 보는 가치관에서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노란 스티커를 붙인다. 그리고 그때 아이들의 용돈을 주급으로 500원씩 주었는데 파란 스티커 한 개에 용돈을 100원씩 보너스로 지급했다. 노란 스티커를 받았다고 마이너스 보너스는 없었다.

어떻게 되었을까. 첫 주에 모두 노란 스티커밖에 없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나쁜 아이들인가. 그것은 아니다. 나는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고 어른들의 시각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하면 착한 행동은 당연하니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나쁜 행동은 눈에 잘 보인다. 두 주를 시행하고는 집사람과 면담했다. 스티커 제도의 목적을 설명했다. 아이들의 행동으로 부부간의 갈등이 생기고 이것이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 스스로 칭찬받을 일을 하고 그것을 격려하여 본인들이 또다시 칭찬받을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노란 스티커를 붙이지 말자, 오로지 칭찬받을 일만 보고 파란 스티커만 붙이자.

이러한 전략으로 변경하고 한두 주는 아내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유는 칭찬받을 행동은 당연하니 당연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먼저 아내가 칭찬할 일을 보는 훈련이 필요했다. 두 주가 지나면서 서서히 파란 스티커가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 교육을 가지고 일어나는 부부싸움도 없어지고 가정에 평화가 찾아왔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길상이가 일주일에 동화책을 8권을 읽고 칭찬받을 일도 많이 해서 주급 2,400원을 받은 적이 있다.

이로부터 우리 부부 사이에 아이들 교육으로 인한 싸움은 확실히 사라졌다. 그리고 바란 스티커 노란 스티커는 없어졌다.

그런데 지금에 돌이켜보면 나는 크게 후회하는 것이 하나 있다. 부부싸움이 없어지면서 파란 스티커, 노란 스티커의 역할도 다하고 우리 집 냉장고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것을 지금까지 계속해온다며 우리 집 아이들이 더욱더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게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정말 크게 도움이 되었고 좀 더 사회가 필요한 인재가 되었을 것인데 중단한 것이 정말 후회되는 일이다. 물론 지금도 어느 사람보다 모범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부모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살짝 아쉬운 부분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딸아이와 사위에게 전해주었다.

너무나 귀여운 외손녀 이현이가 지난달 말에 태어났다. 산후조리원 생활 2주를 하고 집으로 오는 날 한걸음에 달려가서 너무나 귀여운 이현이를 만났다.

첫 만남의 희열의 시간이 지나고 차 한잔을 놓고 딸아이, 사위 집사람 그리고 나, 네 사람이 한자리에 앉아서 이제 세상을 마주하게 된 이현이를 어떻게 잘 성장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그러면서 냉장고의 파란 스티커, 노란 스티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고 나의 실수가 부부싸움이 해결되면서 중단한 것이 나의 큰 실수라고 했다.

아마 그것을 지금까지 계속했으면 길상이 남경이가 이 사회를 위하여 더욱더 큰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나는 다시 시작했다고 매일 나의 일기장에 내가 잘한일, 집사람이 잘한 일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고,

우리는 많은 육아 프로그램을 접할수 있다, 그런데 많은 육아 프로그램이 잘못된 아이를 바로잡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제일좋은 육아 프로그램은 잘못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어렵지만 지금부터라도 최소한 일주일에 하나씩이라도 이현이의 장점을 기록하고 들려주라고, 그러면 많은 사람들은 부모의 기대를 기록하고 들려준다, 이것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강한 부담감을 주어서 위축시킬 뿐이다. 이현이가 가지고있는 장점을 알려주어 자긍심을 키워주면 정말 훌륭한 사회인이 될 것이다.

내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긍정의 효과를 공부한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이러한 긍정의 이미지를 활용한 리더십을 가지려고 무척이나 노력한다. 하지만 조급성 때문에 자꾸만 부정의 리더십으로 변해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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