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일까, 그리고 어떤 회사가 나쁜 회사인가. 간혹 이런 질문을 받는다. 나 스스로에게도 이런 질문을 해 본다. 물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지속해서 성장하고 복리 후생이 좋고 임금을 많이 주고…. 좋은 회사와 나쁜 회사를 평가하는 것에는 수많은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나를 중심으로 생각해보았다. 좋은 회사는 나 개인의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회사의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나의 경쟁력이 나도 모르게 향상되는 회사이고 나쁜 회사는 회사의 일을 통하여 나의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회사다.
지난 40년 동안 4개의 회사와 인연을 맺었다. 첫 번째가 평화 클러치(프랑스 발레오사와 합작후 평화발레오)이다. 정말 회사 일에 대하여 열심히 하였다. 회사 일을 통하여 나의 능력이 향상되었고 회사의 일을 잘하기 위하여 개인의 능력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야 했다. 소위 말해서 회사가 지속해서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독려하고 회사는 자연스럽게 직원들에게 미래를 위한 능력 향상을 위한 투자도 병행하였다. 그러니 회사의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나의 능력이 향상되었다. 회사의 일을 잘하려고 어학 공부도 해야 하고 리더십 공부도 해야 하니 나의 개인적인 능력 향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또 다른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이 그냥 열심히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두 번째 회사는 짧게 인연을 맺었다. 가장 큰 현안은 회사 일과 별도로 나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꾸준히 고민하고 노력해야 했다. 그런데 개인으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업무적인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시간적 보장을 위한 여러 장치를 하고 이직하였다. 그리고 열심히 일했다. 지난 20년 동안 평화발레오에서는 여러 가지 비전이 있었지만, 회사는 지속해서 성장하면서 이윤을 창출하고 영속성을 위한 경쟁력 향상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향하여 앞으로 가는 길만 보며 살아왔다.
어느 날 새로운 회사의 주인으로부터 받은 지침은 회사를 성장시키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니 일정 규모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 목표다. 전략적으로 뒷걸음을 걸어본 경험은 있지만 앞으로 걷는 것을 포기하고 뒤로만 걷는 것이 나의 일상적인 삶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비참하고 모든 희망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아무런 의욕이 없어지고 삶의 목표가 사라지니 제일 먼저 나타나는 것이 건강 이상 신호였다. 이대로 살아가면 아무런 경쟁력이 없이 이 치열한 세상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공포가 24시간 나를 짓눌렀다. 이 시절 제일 열심히 했던 것이 퇴근하면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운동하는 것이었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좋은 회사를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웠다. 간혹 매스컴을 통해 높으신 분들이 잘못된 일이 있어서 죗값을 치르려고 교도소에 들어갈 때는 건강하게 본인 스스로 걸어서 들어갔는데 수형 생활을 마치고 교도소 문을 나올 때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나오는 것을 볼 때마다 일종의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쇼가 아니고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이해가 되었다. 다행히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새로운 세상이 존재한다는 큰 교훈을 얻고 그러한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다음에 만난 회사가 Parker Hannifin이다. 파카 하니 핀에서의 일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아니 너무나 할 것이 많았다. 제일 첫 번째의 도전이 소통을 위한 언어의 능력이었다. 평화발레오라는 합작 회사의 공식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다. 프랑스에서 한국에 상주하는 동료들과의 대화는 영어다. 13년이라는 기간 동안 항상 프랑스 동료들과 밀접하게 일을 해왔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그렇게 큰 어려움이 없이 일했다. 그런데 Parker Hannifin에서의 영어는 전혀 달랐다. 그리고 회사는 Global 환경에서 성장하고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하여 하루도 빠짐없이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고 모든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기 위한 기회와 임무를 부여하고 있었다. 2017년 창립 100주년 기념행사를 각 사업장마다 가졌다. 우리는 도자기로 각자의 염원이 담긴 조각품을 만들어 하나로 모아 액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입구에 장식하였다. 도자기로 만든 이유는 지난 100년보다 더 오랜 기간, 고려청자가 영원한 빛을 간직한 것처럼 Parker Hannifin이라는 회사도 영원하기를 바라는 바람을 한 조각 한 조각에 담은 것이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 속에서 100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지만 회사의 최고 경영진은 앞으로 100년을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기에 Parker Hannifin이라는 배 위에 서 있는 나는 그 배 위에서 나에게 주어진 길만 열심히 가면 경쟁력이 갖추어지니 얼마나 편안한 마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
COVID19라는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팬데믹과 함께 나는 정년을 맞이하였다.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으며 회사의 문을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러나 그동안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하여 나의 가슴과 머리에 축적된 자산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까 고민했다. 비록 나의 가슴과 머릿속에는 존재하지만, 그 경험과 지식을 위하여 회사와 사회는 수천억 원을 투자하였다. 이것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비록 내가 가지고 있지만, 나의 경험을 나누고 그것이 회사나 국가의 발전에 미미하게나마 기여한다면 가장 행복하고 보람되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어떻게 사용해야 하겠다는 준비가 전혀 없이 정년퇴직의 날을 기다리는데 네 번째 회사가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너무 반가웠다. 나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 회사의 제품 설계는 매우 훌륭한 것처럼 보였다. 엔지니어링 관리 체계가 파카와는 반대의 전략을 가져가고 있었다. 파카에서 일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이것이었다. 이 회사는 유럽에 있는 본사에서 Engineering center를 운영하면서 설계의 표준을 강력히 유지하고 지속해서 제품을 개발하기에 좋은 새로운 기능이 있었다. 제품의 경쟁력은 매우 좋은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리고 국내의 시장 점유율과 사업의 규모도 크지 않았다. 굉장한 가능성이 있고 성장의 희열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사실 Parker에서 AKD Division의 책임자로 일하면서 가장 아픈 손가락이 대부분의 제품이 세계적인 경쟁자들과 시장에서 싸우기에는 제품의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 시장에서 성장성이 있는 제품 하나를 선정하여 제품의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투자했는데 결과를 보기 전에 내부적인 사업 구조조정으로 그 일에서 손을 떼어야 했다. 그런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에 충분한 제품이라고 판단이 되어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었다.
출근 첫날, 내 눈에 보이는 회사의 모습은 좋은 제품을 가지고 시장 점유율과 작은 비즈니스의 규모의 가능성이 아니라 안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너무 많이 보였다. 나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생긴 것이다. 여기서 일하고 있는 저 젊은이들이 저렇게 생활하다가 장년이 되면 저들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저들에게 이러한 현실을 알리고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오도록 해서 바깥세상도 관심 있게 보도록 하여야 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들은 넓은 평야의 한 가운데에서 귀한 아들로 태어났다. 그리고 성인이 될 때까지 거기서 소먹이고 농사지으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지구는 평편하다는 확신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지구는 둥글다. 그러나 그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본 것은 평편한 평야이니까.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믿으려 하지 않고 의심도 하지 않는다. 책 한 권만 읽어도 인터넷으로 한 번만 의심해도 지구가 평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저 내가 본 세상만 진리로 알고 살아가는 저들이 언젠가는 둥근 지구와 마주칠 것인데 그때 저들이 그 세상에 어떻게 적응하고 경쟁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그때 저들이 겪어야 할 좌절과 경쟁이라는 생태계에서 도태되면서 느낄 고통을 생각하니 초조해질 뿐이었다.
회사가 나의 삶을 책임지고 나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좋은 회사는 회사의 전략과 함께 가면 나 자기 경쟁력을 향상해서 혹시라도 내가 이 회사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그곳에서 나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도 함께하는 회사라는 믿음이 가는 회사는 좋은 회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회사와 함께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나의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하여 부단히 고민해야 하고 회사 일과 별도로 투자를 해야 하는 회사는 나쁜 회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라는 기준에서 보면 나는 참으로 행운아다. 회사 생활 40년 중 90%나 되는 36년을 좋은 회사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짧은 기간이지만 4년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아주 중요한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엄청난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