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세대, 실무자와 리더 사이
지난주 회사에서, 어쩌면 회사 생활하는 수년간, 쌓아오다가 드디어 체득의 순간을 겪으며 말로 적을 수 있게 된 몇 가지 불균형에 대하여.
1. 자만과 겸손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아, 제가 했던 그거 올 한 해 정말 핫했죠!"
그의 능청스러운 재치에 회의실에 있던 모두가 웃었다. 자신의 성과를 자신 있게 어필하는 그 후배를 보며 처음에는 참 센스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언행은 타인의 노력을 가렸으며, 절제하지 않는 자랑은 거만함을 풍기기 시작했다.
문득 나의 경우를 되돌아본다. 내가 직급이 낮았을 때, 내 성과를 자연스럽게 어필하는 센스는 없어도 겸손함은 먹혔던 것 같은데...... 그러나 연차가 쌓일수록, 특히 요즘
지나친 겸손함은 자신감의 부족으로 비칠 수 있음을 느낀다.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것은 일을 맡기기에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과도 연관이 있으며 그 때문에 업무적으로 '패싱'당할지도 모를 일, 고백하건대 나는 그게 좀 두렵다.
너무 높이 솟아 타인을 찌르지도, 너무 낮게 엎드려 무시당하지 않는 적정선.
그 균형점 위에서 긴장된 마음으로 서 있는 기분이다.
2. 모름의 언어가 가지는 양날의 검
"잘 몰라서 그런데요."
최근 나는 새로운 기술과 내용을 접하며 죄송인형처럼 이 말을 반복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 말은 질문의 깊이와 태도에 따라 배움의 의지가 되기도 하고, 무책임의 합리화가 되기도 한다.
'제가 잘 모르기 때문에 잘 가르쳐 주십시오'라는 겸허 또는 '제가 잘 모르니 당신이 다 알아서 해주십시오'라는 오만. 그 미묘한 차이를 말투, 눈빛, 자세 모든 것을 종합하여 본능적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이 말의 사용량을 넘기면 나를 무시해도 좋다는 암묵적인 선언으로 비칠 수 있다.
3. 배출하는 자와 흡수하는 자, 사이의 정적
"회의에서 파트리더님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가장 고통스러운 불균형은 관계의 역학에서 온다. 파트 리더가 부서원들에게 엄청나게 욕을 먹고 있다. 그는 자신이 리더로서 신뢰를 잃어버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파트원들의 노골적인 불만과 무시를 포옹하며 되려 그들을 격려한다. 한쪽은 배출만 하고, 한쪽은 흡수만 한다. 쏟아지는 불평의 홍수를 처리하는 안전한 저수지 같달까.
난 직급으로 보면 두 그룹의 가운데 껴 있다. 양쪽 모두 타당하다. 파트리더의 행동에도 이유가 있고 파트원들이 싫어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나는 실무자인가 관리자인가. 아니 내 업무는 중재자인가? 아무도 뭘 하라고 시키지는 않았다. 그 누구 편드는 것도 없이 이쪽저쪽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교활하게 이간질하는 느낌이다. 난 그저 현자가 되고 싶을 뿐인 것을.
이는 나는 과연 그들을 판단을 할 자격이 있는가 되묻기 위한 성찰의 일기다.
흠, 부끄러움도 모르고 이미 너무 판단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난 이것들을 잘 체득하며 현자로서 거듭날 수 있을까!